경기 안성에 있는 탈북 청소년 학교 한겨레고에서 23일 학생들이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경기 안성에 있는 탈북 청소년 학교 한겨레고에서 23일 학생들이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하루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지난 23일 탈북 청소년 학교인 경기 안성의 한겨레고등학교에서 만난 19세 탈북소녀 A양은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연신 굵은 눈물을 흘렸다. 생사 여부도 불투명한 가족 생각만 하면 잠도 안 오고 거의 매일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탈북한 17세 B양도 “몇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긴 탈출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겨레고에 재학 중인 탈북 청소년은 약 100명. 이 중 절반은 가족을 두고 혼자 북한에서 탈출한 무연고 학생들이다. B양은 “가족 얘기를 하면 서로 힘들기 때문에 같은 반 친구끼리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서로 절대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A양은 작년 7월 북한 양강도에서 부모와 동생 두 명을 두고 혼자 탈북했다. 학교를 가기는커녕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굶어 죽겠다는 위기감에 한국으로 가서 돈을 벌어 가족을 데려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어느 날 새벽 무작정 집을 나섰고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6개월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A양은 “물살에 휩쓸려 압록강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고 중국 브로커에게 속아 팔려갔다가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B양과 그의 가족은 출신 성분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북한 사회가 희망이 없어 탈출을 결심했다. B양은 “탈북한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북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A양은 열아홉 살이지만 이제 한겨레고 1학년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탈북한 B양과 달리 졸업 후 빨리 돈을 벌어야 가족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다. A양은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한 사람당 1000만원 정도 있으면 북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며 “중국에 있을 때는 간간이 가족과 연락이 됐는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연락이 끊기니 답답하고,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뿐인데 고등학교 졸업을 해야 취직할 수가 있어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 아파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생긴 꿈이다. A양은 “우선 가족을 데리고 온 뒤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꼭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탈북 학생들이 한국 국민과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은 ‘관심’이다. A양은 “기업들도 탈북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