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엔 경기 개선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코스피지수도 21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다시 증시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25일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 운용·자문사 최고투자책임자(CIO)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코스피 하반기 2100…대형주 랠리 온다"
○“2000 깨진다” 한 명도 없어

하반기에는 경기 개선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응답자 대다수가 경기가 개선되거나(66.7%) 최소한 현 상태를 유지할 것(28.6%)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대표밖에 없었다. 경기 개선을 예측한 황성택 대표는 “수출기업들이 다시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도 현재의 2000선보다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압도적이었다. 지금보다 100포인트 이상 급등할 것이란 답변이 설문 대상자의 절반을 넘는 11명(52.4%)이었다. 2000~2100선에서 강보합을 지속할 것이란 대답도 38.1%에 달했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중국 경기가 조금만 개선되는 신호가 나와도 국내 증시가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주→대형주’ 매수세 이전

대다수 전문가가 하반기엔 시가총액이 큰 종목 위주의 ‘대형주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응답자의 80.9%(17명)가 하반기 주도주로 대형주를 꼽았다. 중소형주가 유망하다고 본 CIO는 이승준 삼성운용 상무가 유일했다.

‘대형주의 귀환’을 예측한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채원 부사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650개 중소형주 대비 100개 대형주의 주가 프리미엄이 58%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역대 최저일 정도로 대형주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대형주의 프리미엄은 평균 85%였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형주 장세를 점치는 배경 중 하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살 때 시총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매수하는데, 이달 들어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이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대형주 수급이 먼저 개선될 것이란 논리다.

○성장주·유럽펀드 유망

하반기 유망 투자상품은 뭘까. 가장 많은 31.0%의 CIO들이 국내 성장주펀드를 최고로 꼽았다. 지난 수년간 인기를 모아온 가치주·배당주펀드(21.4%)를 제쳤다.

가치주펀드를 굴리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도 “하반기만 놓고 보면 2년 이상 내리막길을 걸어온 대형 성장주가 더 많이 뛸 수 있다”며 “경기 관련 대형주 중 상당수를 가치주펀드에 새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21.42%)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유럽(38.1%)과 신흥국(중국 제외·33.3%)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상무는 “유럽에선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좋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재상 대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미국 유럽에 이어 신흥국으로 확산될 것 같다”며 “수익률만 따진다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투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조재길/안상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