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Fed가 단행했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가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Fed는 지난 1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시장의 관심은 Fed가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냐에 집중됐다. Fed는 하지만 금리 인상 ‘시점’뿐 아니라 ‘방식’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21일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ed 실무진들은 이날 회의에서 FOMC 위원들에게 현행 연방기금 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 후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Fed의 출구전략 방식이 지금까지 시장에 알려진 것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출구전략 로드맵 수정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4조달러가량의 유동성 회수 여부와 기준금리 변경이다.
[글로벌 금융리포트] 새판 짜는 옐런의 출구전략…고개드는 기준금리 교체론
출구전략 로드맵 변경 발언 잇달아

Fed는 2011년 4월26일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출구전략의 기본 원칙’을 발표했다. ‘만기도래 채권 재투자 중단(1단계)→기준금리 인상(2단계)→보유 중인 채권 중도 매각(3단계)’ 등이 Fed가 제시한 출구전략의 대략적인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Fed의 전·현직 주요 인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입에서 이 같은 로드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를 설계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부터 지난 1월 미국경제협회 강연에서 “Fed는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자산매각에 의존하지 않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어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청장은 지난 3월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Fed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푼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 기준금리 실효성 떨어져

출구전략 로드맵 수정에 대한 논의가 이처럼 활발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시중에 풀린 상황에서 현행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로는 장단기 시중금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힘들 수 있어서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중금리가 오르지 않아 자산시장의 버블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기준금리보다 시중금리가 너무 큰 폭으로 뛰어 실물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모두 상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방기금이란 미국 은행들이 Fed에 예치한 법정 지급준비금을 모은 것이고, 연방기금 금리란 은행들이 연방기금에서 초단기로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다. 그런데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푼 자금 4조달러 중 2조6000억달러가량을 은행들이 초과지급준비금(법정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갖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연방기금에 기댈 이유가 적어졌다. 김충화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과장은 “막대한 초과지준으로 연방기금 시장이 위축돼 있어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가 Fed가 의도한 만큼 움직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행 연방기금 금리가 기준금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Fed가 보유한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시중에 풀린 초과지준을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ed가 보유한 모기지증권(MBS)이나 국채 등을 매각하는 순간 4조달러에 달하는 잠재 매도 물량의 압박으로 시중금리가 Fed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 기준금리로 주목받는 역레포 금리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Fed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출구전략 로드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를 현행 연방기금 금리에서 ‘역(逆)레포(RP)’ 금리로 바꾸는 것이다. 뉴욕 연방은행이 작년 9월부터 역레포 금리가 장·단기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시범적으로 거래를 진행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역레포 금리란 Fed가 금융기관에 환매조건부로 미국 국채를 초단기에 매도할 때 지급하는 금리다. 이 금리는 연방기금 금리와 비교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연방기금 금리는 은행 등 시장 참가자들 간 거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Fed가 직접적으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지만 역레포 금리는 Fed가 직접 지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역레포 금리는 Fed가 직접 지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초과지준이 풍부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다음으로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푼 4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채권 매각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규모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앞으로 보유 채권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령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단기국채를 매도함으로써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금리는 상승시키는 금리 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중의 유동성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기준금리만 올리면 자칫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은 사치스러운 고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동윤/김순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