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논란에 휩싸인 피케티의 '자본론'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피케티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사진)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이 오류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주말판에서 자체 분석 등을 근거로 “피케티의 논리가 오류에 근거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가운데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편중됐다고 과거 300년간의 20여개국 세금자료 분석을 통해 주장했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된 이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의 극찬 속에 20만부 이상 팔렸다. 백악관도 지난주 피케티를 초빙해 소득 재분배에 관한 조언을 받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오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료 분석을 중심으로 한 피케티 주장의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FT “피케티의 연구방법 문제 있어”

오류 논란에 휩싸인 피케티의 '자본론'
FT가 지적하는 피케티의 오류는 크게 세 가지다. FT는 피케티가 원자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계산 실수를 범했고, 이에 따라 고소득층의 부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FT는 이어 단순 계산 실수를 넘어 피케티의 의도적인 자료 가공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불평등을 연구할 때 피케티는 특정 시점에 대해 큰 가중치를 뒀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또 나라별로 같은 비중으로 계산한 것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 불평등을 분석하면서 영국 인구의 7분의 1에 불과한 스웨덴과 영국이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류 논란에 휩싸인 피케티의 '자본론'
피케티가 인용한 원자료로 FT가 유럽과 미국의 불평등을 분석한 결과 유럽 ‘슈퍼’ 부유층의 재산 불리기는 1970년 이후엔 피케티가 주장한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FT는 미국 상위 1%로의 부의 편중 역시 피케티의 주장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피케티 “비교를 위한 손질일 뿐”

FT의 지적에 대해 피케티는 역사적 비교를 위한 단순 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대한 범위의 자료를 비교하기 위해선 일정 부분 자료 손질은 불가피하다”며 “역사적인 자료는 손질됨에 따라 미래에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오류로 인해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나의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T가 지적한 오류는 대세에 지장이 없는 사소한 실수라고 반박한 셈이다.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도 피케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이 FT의 비판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 않는다”며 “피케티가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에도 이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피케티가 FT의 지적에 적절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소득 분배가 악화돼 왔다는 피케티의 주장을 지지하는 통계 자료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겪었던 자료 오류 사건을 상기시켰다.

두 교수는 정부 부채와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잘못 분석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주장의 신뢰도를 의심받았다. 당시 두 교수는 오류를 기본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런 착오 때문에 우리의 결론 자체가 영향받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