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B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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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이번 건은 은행과 이사회 간 문제다.”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자신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설이 불거지는 데 대한 해명을 담은 말이다. 그는 “은행장이 현명하게 이사회와 협의해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겉만 보면 맞는 얘기다.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은행 이사회의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한 게 발단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가 ‘정당한 의사결정이었다’며 지적을 무시하자 정 감사가 금융당국에 조사를 자청하면서 사태가 터졌다. 임 회장 얘기대로 형식상으로는 은행 감사와 사외이사 간 의견 충돌이고, 국민은행 내부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은행만의 일이라며 방관하는 것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 임원들이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 중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주사의 한 부사장은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기 직전 이 행장에게 ‘더 이상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대해 문제삼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주사의 다른 임원도 ‘은행 경영진이 IBM 대표에게 받은 사적인 이메일을 근거로 공식절차를 밟지 않고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이 행장과 정 감사에 대해 날을 세웠다.
게다가 전산시스템 교체는 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계열사인 KB국민카드도 국민은행처럼 IBM에서 유닉스 체제로 교체한다. 계열 은행과 카드사가 서로 다른 전산을 쓸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KB금융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룹을 지휘하는 임 회장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야 할 이유다. 한 은행 임원은 “지주가 은행 경영에 일일이 간섭해선 안되지만 지금은 임 회장이 나서야 할 때”라며 답답해 했다. 그룹의 주력인 은행과 카드사의 중대사는 지주사 평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행장 역시 지주사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임 회장과 이 행장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더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평소 그렇지 않다며 부인해온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때다. 항로를 이탈한 KB금융을 정상궤도로 진입시킬 의무가 두 수장에게 주어졌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자신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설이 불거지는 데 대한 해명을 담은 말이다. 그는 “은행장이 현명하게 이사회와 협의해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겉만 보면 맞는 얘기다.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은행 이사회의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한 게 발단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가 ‘정당한 의사결정이었다’며 지적을 무시하자 정 감사가 금융당국에 조사를 자청하면서 사태가 터졌다. 임 회장 얘기대로 형식상으로는 은행 감사와 사외이사 간 의견 충돌이고, 국민은행 내부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은행만의 일이라며 방관하는 것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 임원들이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 중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주사의 한 부사장은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기 직전 이 행장에게 ‘더 이상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대해 문제삼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주사의 다른 임원도 ‘은행 경영진이 IBM 대표에게 받은 사적인 이메일을 근거로 공식절차를 밟지 않고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이 행장과 정 감사에 대해 날을 세웠다.
게다가 전산시스템 교체는 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계열사인 KB국민카드도 국민은행처럼 IBM에서 유닉스 체제로 교체한다. 계열 은행과 카드사가 서로 다른 전산을 쓸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KB금융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룹을 지휘하는 임 회장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야 할 이유다. 한 은행 임원은 “지주가 은행 경영에 일일이 간섭해선 안되지만 지금은 임 회장이 나서야 할 때”라며 답답해 했다. 그룹의 주력인 은행과 카드사의 중대사는 지주사 평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행장 역시 지주사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임 회장과 이 행장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더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평소 그렇지 않다며 부인해온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때다. 항로를 이탈한 KB금융을 정상궤도로 진입시킬 의무가 두 수장에게 주어졌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