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케티의 소득통계 오류가 심각하다"는 FT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을 저술하면서 사용한 통계 데이터가 오류 투성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300년간에 걸친 소득세 데이터를 근거로 각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터다. 유럽 각국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피케티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에만 15년이 걸렸다고 했다. FT는 바로 이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FT는 피케티가 데이터를 임의로 채택하거나 수정했을 뿐 아니라 자료를 재구성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왜곡 또는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T는 데이터를 다시 정리해 분석한 결과 유럽 전체 소득에서 소득 상위 계층의 비중이 1970년대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피케티의 설명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피케티와 FT의 통계 오차는 10%포인트 정도나 된다.

피케티 주장에 대한 반론은 여러 학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는 피케티 이론은 경제학적으로 입증된 게 아니라 단지 억측이나 추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소득이 급증한 중국 인도 같은 인구대국을 비롯, 신흥국들의 빈부격차 축소를 제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술 혁신이나 기업가정신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FT의 이번 지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학자로서의 자질과 본분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피케티의 통계 오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가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유력한 도구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통계 조작과 왜곡에 대한 유혹도 크다. 한국처럼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는 더욱 통계자료에 현혹된다. 가짜 경제학이 여기에서 나온다. 통계 맹신이 건전한 사회의 가장 큰 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