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가정신인가] 다토 닥터 아민 칸 "규제개혁 방향, '통제'에서 '편의'로 바꿨다"
“정부 역할을 ‘통제(control)’ 위주에서 ‘편의(facilitate)’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혁을 밀어붙였습니다. 정부 통제가 늘면 기업이 죽습니다. 살리기 위해선 사업이 성장하도록 편의를 줘야죠.”

다토 닥터 아민 칸 퍼먼두 부사장(사진)은 이달 중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퍼먼두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3년여간 퍼먼두가 추진해온 경제개혁프로그램(ETP)을 요약한 말이다.

“어느 나라든지 정부 관료들은 각종 허가권을 쥐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허가권은 곧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런 통제 시스템을 편의 시스템으로 확 바꾸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습니다.”

그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원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ETP의 재원을 국내외 민간 자본 중심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 자본은 10% 정도만 출연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 정책 덕분에 ETP 투자금액의 92%를 민간으로부터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없었느냐는 질문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최대한 공평하고 공정하게 추진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다. “도·소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소매상 변환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재고관리 시스템은 물론 계산대도 갖추지 않고 있는 전통 상점을 현대식 상점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죠. 추진 과정을 보고하는데 나지브 라자크 총리가 크게 화를 냈습니다. 말레이계 상인들만 신청하고 중국계 상인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거든요. 혜택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죠. 이후 중국계 상인들의 신청을 독려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지만 규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칸 부사장은 말했다. 낡은 규제를 없애면서 합리적이면서도 단순한 규제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면 사업가들은 이득을 위해 무엇이든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잃게 된 독점기업들의 반발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다. 페트로나스는 말레이시아의 석유산업을 지배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관련 규제까지 총괄해왔다. 때문에 해외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석유산업 진출이 어려웠다. 퍼먼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페트롤리엄 리소스 코퍼레이션(MPRC)이란 새로운 업체를 세운 뒤 페트로나스가 갖고 있던 권한을 맡겼다. 칸 부사장은 “처음엔 페트로나스가 반발했지만 퍼먼두가 나서 캐나다 등의 새로운 투자 및 사업 기회를 발굴해줘 갈등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