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일본 멕트론이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F(연성)PCB를 납품키로 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만 써온 삼성전자가 멕트론 부품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부품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조달 전략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갤럭시5 파생모델에 납품

갤럭시S5에 첫 外産부품 사용
한 PCB 업계 관계자는 “멕트론이 중국법인을 통해 삼성전자 새 휴대폰에 FPCB를 납품키로 했다”고 말했다. 멕트론은 연 매출 2조5000억원을 올리는 일본 종합부품 업체다. 그동안 삼성에는 납품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멕트론의 주요 매출처였던 일본의 PC 및 휴대폰 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섰다. 2011년 사무소를 내고 삼성전자 등과 접촉해 왔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멕트론과 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멕트론은 갤럭시5의 파생 모델에 납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거래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해지는 경쟁

멕트론이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국내 부품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국내 1위 PCB 업체인 인터플렉스 관계자는 “초기 납품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멕트론이 기술력을 갖춘 만큼 향후 어느 정도까지 납품을 확대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기술력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멕트론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을 확대하면 국내 업체들은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터플렉스 등 국내 PCB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힘입어 생산능력을 계속 늘려왔다. 멕트론이 주요 부품업체가 되면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터플렉스와 비에이치 등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에 대한 부품 공급 등 매출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협력업체 전략변화 신호탄

삼성이 처음으로 외국산 PCB를 쓰기로 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품질 관리’에 자신감을 갖게 된 삼성전자가 이제는 ‘더 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할 업체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는 2011년만 해도 1억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2012년 2억대, 지난해 3억대로 급속히 증가했다. 올해도 3억50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 이익률은 2012년 19.1%를 정점으로 올해는 16% 선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이익률이 하락하면 더 낮은 단가로 공급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품질 관리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해외 부품을 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멕트론도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성전자 납품에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