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IT 역사에 남을 중요한 결정을 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사업은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 최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연합군은 26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자평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연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최세훈 다음 대표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가총액 3조원이 훌쩍 넘는 IT 공룡 탄생을 앞두고 이날 간담회장에는 수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합병 이후 다음카카오가 추진할 사업 계획에 대한 문답만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다만 양사는 '시너지'를 수 차례 언급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회사 경영진이나 이사회 입장에서는 다음과 카카오가 연애 결혼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중매 결혼한 느낌일 것"이라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각자 열심히 하던 일 하면서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최세훈 다음 대표도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강력한 생활정보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갑작스레 출범을 알렸다. 양사는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은 올 초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양사는 '깜짝 발표'를 한 만큼 향후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통합 법인의 직원수는 다음 약 2600명과 카카오 약 600명이 합쳐져 약 320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 직원 수(약 1700명)에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양사는 조직 개편은 물론 컨트롤 타워도 정하지 못했다.

다음카카오가 강조하듯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해답도 아직 찾지 못했다. 카카오톡의 현재 누적 가입자는 1억4000만 명. 국내 이용자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다음은 유무선 연동 메신저 '마이피플'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전 세계 가입자가 2800만 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독 상장에 부담을 느낀 카카오가 합병을 서두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내년 5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지만 '게임하기' 이후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표 또한 "카카오가 자생적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임직원들의) 공감이 있었다"며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중순까지 기다리기보다 다음과 빨리 합병해 시너지를 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내세우는 포부는 크다. 다음카카오는 국내증시 상장 이후 코스닥 대장주 지위를 노리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5조690억원)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해외 시장에 뒤늦게 진출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다음 또한 해외 성적이 신통치 않을 게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