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가 26일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가 26일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긴 보수적이라 새누리당을 많이 지지하지만 이번에는 누굴 찍을지 판단이 안 서. 당에 상관없이 경기 북부를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거야.”

6·4 지방선거를 1주일여 앞둔 26일 경기 의정부시 녹양동에서 만난 조병운 씨(68)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서민원 씨(24)는 “공약을 보고 끌리는 후보를 뽑고 싶은데 아직 공약을 접하지 못했고 유세도 못봤다”며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층 30%를 잡아라

경기도 유권자 수는 968만920명으로 이번에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17개 지역 중 가장 많다. 면적은 다섯 번째로 넓어 ‘세 결집’이 그만큼 힘들고 부동층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 후보와 김 후보는 경기 최대 도시인 수원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정치적 색깔도 중도 보수로 분류되는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기 유권자의 30% 정도가 부동층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5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남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3%, 24.6%였으나 YTN·마크로밀엠브레인의 23~24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남 후보 34.4%, 김 후보 28.4%로 6%포인트 차이였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26일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을 찾아 화재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26일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을 찾아 화재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개발 잘해주는 후보 뽑겠다”

경기는 수원을 중심으로 한 남부와 의정부, 파주 등의 북부로 크게 나뉜다. 과거 선거를 살펴보면 남부는 대도시가 많아 여야 지지율이 비슷하고, 북부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나타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남부 21개 시·군에서 166만4843표, 북부 10개 시·군에서 60만6649표를 얻었다. 유시민 국민참여신당 후보는 남부와 북부에서 각각 157만1976표, 50만7916표였다. 김 후보가 남부에서 9만2867표, 북부에서는 9만8733표 더 얻은 것으로 유권자 수가 남부의 3분의 1 수준인 북부에서 오히려 더 많은 표 차이가 났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북부에서도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겠다거나 지지 후보를 고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인 북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의정부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상규 씨(47)는 “세월호 참사 영향 등으로 아무래도 분위기가 야당이 유리한 것 같다”고 했다. 의정부 가능동에 사는 박진수 씨(36)는 “경기 남부에 비해 북부가 소외받는 느낌이 많은데 이런 걸 해소해주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강한 지사” vs “세월호 심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다녔던 안산고가 경기 남부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세월호 참사가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거론되는 곳이다.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 지사가 돼야 경기가 발전한다는 의견과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수원역에서 만난 60대 주부 허모씨는 “남경필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돕도록 해줘야지”라고 했다. 곁에 있던 주부 강모씨는 “문재인이 대통령 됐으면 세월호 사건이 안 터지나”라며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것은 아주 안 좋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 남문시장에서 만난 최모씨(47)는 “집권 여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김 후보를 찍겠다”며 “대선 때는 박근혜 찍었는데 최근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대통령이 국민과 전혀 소통이 없는 불통 정치”라고 했다. 시장에서 한복가게를 하는 이창구 씨(74)는 “김진표가 경제 장관(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냈고 경기도를 발전시킬 인물”이라며 “늙은이들이 새누리당 판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이태훈/수원=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