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뚝배기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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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느림의 미학·인내·상생
삶도 경영도 뚝배기처럼 해야 성공
서진원 < 신한은행장 suhjw@shinhan.com >
삶도 경영도 뚝배기처럼 해야 성공
서진원 < 신한은행장 suhjw@shinhan.com >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외양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볼품없는 겉모습을 뚝배기로 비유해 진면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뚝배기를 무척 좋아한다. 보글보글 끓는 탕 한 모금을 훅훅 불어 삼키면 온몸에 퍼지는 따뜻하고 알싸한 기운이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한다. 업무상 직원들과 술자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도 ‘뚝.배.기.’다. ‘뚝심있게, 배짱있게, 기운차게’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뚝배기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투박한 어감이 정겹고 친근하다.
뚝배기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붉은 진흙을 센 불에 구워 만드는데, 겉 부분은 꾸밈이 없어 거친 경우가 있어도 안쪽은 유약을 정성스럽게 발라서 매끄럽다. 보이는 모양새보다 담기는 음식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아무리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겉은 그다지 뜨겁지 않아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한다. 내부의 열기를 온전히 자신이 품는 것이다. 열정은 가득하되 지나치지 않는 진국을 보는 듯 대견하다.
무엇보다 뚝배기는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실천한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지만, 뭉근히 끓여 우려낸 깊은 맛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천천히 식기 때문에 음식 본연의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양은냄비에서 급하게 끓인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인생살이도 기업경영도 뚝배기처럼 해나간다면 성공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도 있지만, 조급함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지루하고 느린 듯해도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 탁월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흙이 쌓여야 산을 이룰 수 있고, 물이 흘러야 개천이 생기는 법이다. 진득하게 자신을 갈고닦으면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언젠가는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은행을 경영하면서 신뢰와 상생을 중요시한다. 신뢰를 얻고 상생의 경영을 펼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돌아가는 듯 보여도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이 비결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뚝배기에 어울리는 표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뚝배기보다 장맛’이 아니라 ‘뚝배기라야 제맛’이다. 오늘 좋은 사람들과 뚝배기 한 그릇 하는 건 어떨까.
서진원 < 신한은행장 suhjw@shinhan.com >
개인적으로 뚝배기를 무척 좋아한다. 보글보글 끓는 탕 한 모금을 훅훅 불어 삼키면 온몸에 퍼지는 따뜻하고 알싸한 기운이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한다. 업무상 직원들과 술자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도 ‘뚝.배.기.’다. ‘뚝심있게, 배짱있게, 기운차게’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뚝배기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투박한 어감이 정겹고 친근하다.
뚝배기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붉은 진흙을 센 불에 구워 만드는데, 겉 부분은 꾸밈이 없어 거친 경우가 있어도 안쪽은 유약을 정성스럽게 발라서 매끄럽다. 보이는 모양새보다 담기는 음식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아무리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겉은 그다지 뜨겁지 않아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한다. 내부의 열기를 온전히 자신이 품는 것이다. 열정은 가득하되 지나치지 않는 진국을 보는 듯 대견하다.
무엇보다 뚝배기는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실천한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지만, 뭉근히 끓여 우려낸 깊은 맛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천천히 식기 때문에 음식 본연의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양은냄비에서 급하게 끓인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인생살이도 기업경영도 뚝배기처럼 해나간다면 성공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도 있지만, 조급함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지루하고 느린 듯해도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 탁월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흙이 쌓여야 산을 이룰 수 있고, 물이 흘러야 개천이 생기는 법이다. 진득하게 자신을 갈고닦으면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언젠가는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은행을 경영하면서 신뢰와 상생을 중요시한다. 신뢰를 얻고 상생의 경영을 펼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돌아가는 듯 보여도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이 비결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뚝배기에 어울리는 표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뚝배기보다 장맛’이 아니라 ‘뚝배기라야 제맛’이다. 오늘 좋은 사람들과 뚝배기 한 그릇 하는 건 어떨까.
서진원 < 신한은행장 suhjw@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