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의 알톤스포츠 매장에서 26일 소비자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이스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남윤선 기자
서울 역삼동의 알톤스포츠 매장에서 26일 소비자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이스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남윤선 기자
“어, 전기자전거가 이렇게 가벼워요?” 26일 서울 역삼동의 알톤스포츠 자전거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전기자전거를 들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전기자전거는 25㎏이 넘지만 이 회사 제품은 20㎏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100만원대 초반 가격에 4시간만 충전하면 70㎞ 넘게 간다”는 직원의 말에 “출퇴근용으로 딱 맞는다”며 지갑을 열었다. 김민철 알톤스포츠 마케팅 팀장은 “생산능력이 월 1000대 수준으로, 올해 판매목표 8000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톤 전기자전거가 원래 이렇게 잘나갔던 건 아니다. 2011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첫해 판매량은 수백대에 그쳤다. 2012~2013년에도 3000대 남짓을 팔았을 뿐이다.

'헛바퀴' 돌던 알톤 전기자전거, 삼성SDI 배터리 다니 '가속페달'
전기자전거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2차전지)가 문제였다. 처음 납품받던 배터리는 충전에 5~6시간이 걸렸으나 주행거리는 40㎞밖에 안 됐고, 디자인도 투박했다. 불량품도 적지 않았다.

고심하던 박찬우 알톤 사장은 스마트폰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2차전지 세계 1위인 삼성SDI에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자전거 시장을 눈여겨봤던 박상진 삼성SDI 사장도 이를 받아들였다.

2012년부터 1년여의 공동 개발 끝에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알톤의 전기자전거는 ‘환골탈태’했다. 충전시간은 짧아졌고 주행거리도 개선됐다. 디자인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 신뢰였다. 배터리 폭발 등 안전사고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크게 감소했다.

박찬우 사장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자전거박람회에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전 구매담당자를 만났는데,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이라고 하니까 바로 품질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알톤 전기자전거는 국내에서만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 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고 첫 물량을 선적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안전규격도 획득해 조만간 수출 길이 열릴 전망이다.

삼성SDI도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원형 2차전지(18㎜×650㎜)의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원형 2차전지는 과거 노트북용으로 개발해 대량생산하고 있지만, 노트북이 얇아지면서 배터리 모양도 납작하게 바뀌자 팔 곳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 배터리를 전기자전거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해결하게 됐다.

전기자전거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내는 전기자전거를 오토바이처럼 취급하는 규정 때문에 시장 규모가 연 2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규제만 없어지면 수년 내 1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세계적으로는 2012년 3109만대, 지난해 3411만대에서 올해는 3704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박찬우 사장은 “삼성SDI와 알톤의 관계가 상생의 모범답안 아니겠느냐”며 “전기자전거를 타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탈 만한 멋진 전기자전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진 사장은 “앞으로 전기자전거 시장은 전기차만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기자전거용 표준 배터리를 만들어 가격을 내리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