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장녀 섬나씨(48)가 프랑스 현지에서 체포됐다. 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유 전 회장 일가 가운데 신병이 확보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27일 법무부 관계자는 프랑스 사법당국이 파리 현지에서 섬나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프랑스로 도피한 그에게 여권 반납을 명령하는 한편 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렸었다.

섬나씨는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계열사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매달 8000만원씩 총 48억원을 지급받는 등 8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판다의 송국빈 대표(62)는 약 15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섬나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섰다. 그는 세월호 사고를 전후해 출국한 뒤 파리의 한 고급 아파트에 은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범죄인 인도 재판 등 송환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섬나씨는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으며 현지 경찰은 현지 검찰로 48시간 내에 그의 신병을 넘길 방침이다. 프랑스 검찰은 파리검찰청에서 섬나씨를 신문해 법원으로 보내게 된다. 법원은 섬나씨를 최장 40일간 구금할 수 있다.

검찰은 미국에 체류하며 소환요구에 응하지 않은 차남 혁기씨(42)에 대해서도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다. 90일짜리 비자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건너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에 대해서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을 통해 체류자격을 취소했다. 이들은 모두 인터폴에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날 특별수사팀은 지난 26일 오후 11시께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범인 도피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이사장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주도적으로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재단 돈으로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을 고가에 사들이는 등 배임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다른 구원파 신도 한모씨(49) 등 4명에 대해서도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도피 행각을 도운 측근들이 잇따라 체포됨에 따라 유 전 회장에 대한 소재 파악이 이번주 중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소유의 순천에 있는 휴게소에서 1주일가량 머물다 최근 구례 부근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이 일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