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뉴허량 유적의 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中 요서 지방에서 느낀 한국 흔적
기운찬 곰처럼 한국 발전했으면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
기운찬 곰처럼 한국 발전했으면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
중국이 개방되면서 랴오닝성 일대의 고구려, 발해 유적을 찾는 한국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요서(랴오허강 서쪽) 지방 청동기시대 유적을 탐방하는 연구자도 늘고 있다. 요서지방 유적지는 대부분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과 숙박시설이 열악해 답사가 쉽지 않다. 서북쪽으로 뻗어나가는 다링강 유역 유적지 몇 곳을 자동차로 돌아보는 데만 10일이 걸릴 정도로 길이 험했다.
압록강 이북 요동 벌은 과거 우리 역사의 영역이었다. 요서 지역도 마찬가지였는지는 불분명했지만, 중국 지린성 고고문물연구소와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가 1984년 뉴허량(牛河梁) 유적을 발굴하면서 이쪽 역시 한국 역사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증가했다.
이 유적은 발굴됐을 당시 6000년 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양 정신문화를 담고 있는 제단과 신전, 다양한 고분이었다. 고분들은 놀랍게도 한국 고대사회 고분에서 볼 수 있는 방단식 적석총, 석관묘, 토광묘가 모두 있었다. 방단식 적석총 앞에는 넓은 방형의 제단, 원형 석축 제단도 설치돼 있었다.
특히 지린성 관계자가 들려주는 여신단의 출토유물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여신단 밑에서 흙으로 빚은 동물 형상이 발견됐는데, 당시에는 돼지로 추정했다. 그런데 발굴 후 출토품 조각을 다 맞추고 보니 곰의 형상이었다. 여신과 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조선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웅녀 이야기를 연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뉴허량 유적은 참 인상깊었다.
또 미얄할미 탈을 닮은 여신의 얼굴, 산과 구릉이 이어지는 한국 지형과 뉴허량 유적 주변의 지형과 지세를 비교할 때 랴오허강 서쪽 땅도 한국의 고대 문화 영역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이런 광대한 유적 현장을 직접 답사할 수 있는 현재 우리의 위치도 고맙기만 했다.
폐쇄적인 부분을 하나씩 개방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탐방을 하면서 준비했던 방대한 요서지방 문화유적 발굴보고서를 아침에 들춰봤다. 오늘의 한국 역시 동서문명을 소통하는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요서지방의 기운찬 곰처럼 발전했으면 좋겠다.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
압록강 이북 요동 벌은 과거 우리 역사의 영역이었다. 요서 지역도 마찬가지였는지는 불분명했지만, 중국 지린성 고고문물연구소와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가 1984년 뉴허량(牛河梁) 유적을 발굴하면서 이쪽 역시 한국 역사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증가했다.
이 유적은 발굴됐을 당시 6000년 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양 정신문화를 담고 있는 제단과 신전, 다양한 고분이었다. 고분들은 놀랍게도 한국 고대사회 고분에서 볼 수 있는 방단식 적석총, 석관묘, 토광묘가 모두 있었다. 방단식 적석총 앞에는 넓은 방형의 제단, 원형 석축 제단도 설치돼 있었다.
특히 지린성 관계자가 들려주는 여신단의 출토유물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여신단 밑에서 흙으로 빚은 동물 형상이 발견됐는데, 당시에는 돼지로 추정했다. 그런데 발굴 후 출토품 조각을 다 맞추고 보니 곰의 형상이었다. 여신과 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조선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웅녀 이야기를 연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뉴허량 유적은 참 인상깊었다.
또 미얄할미 탈을 닮은 여신의 얼굴, 산과 구릉이 이어지는 한국 지형과 뉴허량 유적 주변의 지형과 지세를 비교할 때 랴오허강 서쪽 땅도 한국의 고대 문화 영역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이런 광대한 유적 현장을 직접 답사할 수 있는 현재 우리의 위치도 고맙기만 했다.
폐쇄적인 부분을 하나씩 개방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탐방을 하면서 준비했던 방대한 요서지방 문화유적 발굴보고서를 아침에 들춰봤다. 오늘의 한국 역시 동서문명을 소통하는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요서지방의 기운찬 곰처럼 발전했으면 좋겠다.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