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에 웬 양봉장
정부세종청사 내 양봉(養蜂)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입주한 13-1동 옆이다. 이곳엔 양봉 상자 10개가 놓여 있다. 상자 위로 꿀벌들이 항시 바삐 움직인다.

어떤 연유로 양봉장이 들어선 것인지 아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생긴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대부분 무심코 봐넘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그만 양봉장엔 전담 관리 직원도 있다. 청사 내 조경을 담당하는 송림조경이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다.

양봉은 조경 관리를 위한 것이다. 이 직원은 “세종청사의 화단과 나무, 꽃은 어린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수분(受粉·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을 하려면 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수분을 위해선 나무의 암수를 섞거나 수분수(受粉樹)를 심는 게 관례인데 세종청사의 나무들은 빽빽하지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것. 게다가 대부분 어린 나무여서 크지 않아 나무끼리 닿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세종청사를 관리하는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처음에 수분용 약을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하다가 가장 자연스럽게 수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양봉이라는 얘기를 듣고 전문업체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종청사 조경에는 살충제도 금물이다. 꿀벌이 살충제에 유난히 약하기 때문이다. 양봉으로 얻는 것은 또 있다. 꿀이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먹을 정도로 모이지는 않는다. 나중에 일정 규모가 되면 공무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얘기다.

안동대는 꿀벌이 국내 농작물 수분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를 16개 과수 채소류에서 약 6조원으로 2008년 평가한 적이 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꿀벌의 수분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2650억유로(약 3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