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김연아 박지성, 은퇴 후 뭐하나 했더니… '국민 스포츠스타'는 열공 중
[ 김봉구 기자 ] 몇 년 뒤 선수복을 벗은 박지성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영원한 캡틴’ 박지성과 ‘피겨여왕’ 김연아의 은퇴 후 행보는 ‘열공 모드’다. 언젠가 대학 교수로 강의하는 박태환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행정가로 변신한 박인비를 볼지도 모른다.

국내외를 오가며 쌓은 경험이 훌륭한 자산. 선수생활 못지않게 뛰어난 체육행정가나 스포츠외교관을 꿈꾸는 국민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제2막’에 관심이 쏠린다.

◆ 박지성·김연아 모교에서 석사과정… 스포츠 행정가 꿈꾼다

27일 대학들에 따르면 각자의 분야에서 석·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눈에 띈다. 경험과 이론을 접목해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롤 모델로 자리 잡는 바람직한 모습이란 평가다.

박지성은 모교인 명지대 대학원에서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란 논문으로 체육학과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일시 귀국해 논문 심사를 받을 만큼 학업에 열의를 보였다.

올 7월로 예정된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의 결혼 뒤 향후 진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인 박종성 명지대 예술체육대학장은 “부친(박성종 JS 파운데이션 상임이사)과도 연락해 조만간 함께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며 “박지성 선수의 결혼 후에 구체적 얘기를 나눌 것 같다. 석사과정 논문 주제인 유소년 축구 육성이 됐든, 스스로 관심을 표명한 축구 행정이 됐든 학업에 생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박지성 선수는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로 온라인 강의를 들었지만 시험은 모두 직접 응시했고, 시즌 중간에 귀국해 논문 심사를 받거나 발표하기도 했다” 며 “석사과정을 이수할 때 최선을 다했다. 공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한 학기 더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꼭 국내 대학원이 아니라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도 이달 10일 모교인 고려대 대학원 체육교육과 입학 면접에 응시했다. 입학전형 중이라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무난하게 합격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의 대학원 진학은 앞서 밝힌 대로 IOC 선수위원 도전 등 스포츠행정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 본인이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고, 당초 대학원 진학을 원했지만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에 따라 미뤘을 뿐이니 (대학원 입학은)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 며 “합격자 발표 일정을 약간 앞당겨 다음달 3~5일쯤 합격 여부가 알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박태환의 미래는 '교수님', 박인비는 LPGA 행정 등 준비

‘마린보이’ 박태환은 단국대 대학원 체육교육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 입학 당시부터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다. 박태환은 미래를 봤다. 선수 은퇴 후 교수직 임용까지 염두에 두고 단국대를 선택했다.

지금은 인천아시안게임 준비로 휴학 중이다. 지도교수인 조현익 단국대 교수(대학원 체육전공)는 “본인이 아시안게임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 들을 것 같다며 휴학했다. 공부하는 자세가 돼 있고 실제 지도해 보면 상당히 영리한 편” 이라며 “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라 선수생활을 계속할지, 학업에 전념할지 등 진로를 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태환의 연구주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수영 단거리와 장거리의 차이, 이와 관련된 선수 심리 등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을 연구주제로 삼았다. 조 교수는 “박태환 선수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공부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경험을 체계화 해 이론적 틀을 잡으면 상당히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59주째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골프여제’ 박인비는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한다. 지난해 광운대 생활체육과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에 입학했다. 숙명여대가 국내 대학원 가운데 유일하게 스포츠 공공외교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스포츠외교에 관심이 많은 박인비에게 어필했다는 후문이다.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국제홍보 및 공공외교전공)는 “박인비 선수가 대회 참가 중이라 주로 원격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에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사이버강의를 듣고 코멘트 하는 등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며 “은퇴 후 LPGA 운영이나 행정 업무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스포츠로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유명 스타인 만큼 체육계에서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로서의 모습이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대학원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는 “모두 남다른 성취를 이룬 선수들이다. 선수활동을 개인적 경험으로 끝내기보다는 체계적 공부를 통해 자산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며 “선수 자신의 은퇴 후 연착륙뿐 아니라 국내 스포츠행정 선진화와 국제 스포츠외교 역량 강화 같은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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