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직원 사랑
얼마 전 부산에 있는 L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공장이 아주 쾌적하고 청결해 인상적이었다. 공장이라기보단 ‘5성급 호텔’ 같아 외국 바이어들도 놀랄 정도라고 했다. 실내 골프연습장, 각종 휴식시설과 편의시설도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만큼 공장을 집보다 더 청결하고 좋게 하는 게 경영철학이다. 동료 경영자들에게도 그렇게 권한다”고 했다.

창업 당시 가내수공업 형태의 폴리비닐백 생산을 시작한 이 회사는 전자산업 성장기에 맞춰 헤드폰 부품 등을 생산한 뒤 전자제품 검사장비를 국산화했다. 이를 계기로 PCB기판 프루브(탐침, 회로 검사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산업단지에는 낡은 공장이 많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직원들을 위해 시설을 바꾸고 나무를 심고 휴게실을 만드는 기업도 종종 볼 수 있다. 인천 주안공단의 한 기업은 미술관 같은 본사 건물을 갖고 있다. 입구에는 금붕어가 노니는 연못이 있고 1층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다. 종종 이곳에선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시화공단의 한 업체는 직원들이 피곤할 때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도록 침실을 갖춰놓기도 했다.

기업은 국제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단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마련이다. 상당수의 CEO는 직원을 위해 더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여력이 없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직원 사랑’이 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L사는 자사 생산품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도 손꼽을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개발에 나선 덕분이다. 주안의 기업도 고급형 텐트 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시화의 기업은 첨단 자동화설비를 개발해 선금을 받지 않으면 수출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정성으로 대하면 그들은 업무에 대한 애착과 혁신,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게 바로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요, 국제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인 듯하다. 이런 기업에는 숙련된 인력이 많아 기술이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신기술이 쏟아져나올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고객만족’보다 더 앞서서 해야 하는 게 ‘직원 사랑’이 아닐까.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