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정치인이냐 김영란이냐
청와대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후임 인선 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안 전 후보자 낙마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후속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안 전 후보자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직후부터 청와대는 후임 인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홍원 현 총리가 물러나기로 한 상황에서 총리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임 인선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안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고, 29일 오전 한 차례 더 회의를 소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29일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지 10일 후인 2월8일에 후임 총리 후보자(정 총리)를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이 기간이 더 단축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 기류다. 이르면 다음주에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감안할 때 지난번 안 전 후보자와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인사들을 우선순위로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무성·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다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데다 박근혜 정부의 총리 후보자 3명이 모두 법조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법조계 인사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김 지사의 경우 8년간 경기지사를 하면서 쌓은 행정경험과 개혁적 이미지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청와대가 지난번 안 전 후보자를 최종 선택할 때 김 지사를 마지막까지 고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공직자들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을 제안한 장본인인데,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 개혁의 한 방안으로 김영란법을 거론한 적이 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법조계에 몸담은 적이 있지만, 재산 등 다른 문제가 없다면 ‘김영란법’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 중론이다.

새누리당에선 김 의원과 최 의원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중량급 정치인이어서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도 소통하는 데 비교적 원활한 정무형 총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무대에 설 경우 동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이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정치인 총리가 기용되면 “박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총리에 앉혔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 밖에 호남 출신의 한 위원장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의 이름도 나오지만 법조계 출신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비롯한 야권에 가까운 인사를 전격적으로 기용할 수 있다는 설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