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방침이라고 한다. 산업체 근무 경력 3~7년차인 학사 학위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학전문석사(MEP) 과정이다. 연구 중심의 공학대학원과는 별도로 산업현장의 전문인력 양성을 꾀한다는 취지다. 중견·중소기업의 경력 직원이 주요 대상이라고 한다. 수업도 물론 야간이나 주말에 이뤄진다. 석사급 우수 인력들을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이 직접 현장의 지력을 늘려주겠다는 의도다. 커리큘럼도 프로그램 기획이나 프로젝트 관리, 디자인 설계 공정제조 등 현장과 직접 연결돼 있다.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 사회에 큰 자극을 줄 것 같다.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요 기업 경쟁력도 대학에서 나온다고 하는 시대다.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는 공학 교육은 1등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요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다. 공학교육은 산업 현장에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를 학습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개해 가는 과정에 필요한 지력과 자질 등을 실험이나 실습을 통해 배양하는 것이 주요 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학 교육은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대학과 산업현장 간 단절과 미스매치라는 고질적 병폐만 드러내온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재교육 비용이 6000만원씩이나 들고 교육기간이 20개월이나 된다는 조사 보고만 뒤따랐다. 산학협력에서도 사업 주체를 놓고 대학과 기업 간 헤게모니 싸움만 벌어지는 형국이다.

서울대 공대의 이번 시도가 기업 인력을 제대로 양성해 대학과 기업 간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바란다. 물론 교수가 현장 인력에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교수들도 현장을 배우고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기술관리자(CTO)들이 양산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됐으면 한다. 그동안 이런 비슷한 시도를 다른 대학들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