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북제재 완화] 한·미·일 '對北 공조' 흔들리나
일본과 북한이 납북 일본인 문제를 재조사하고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기로 조건부 합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인 납치 피해자 현황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북한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난 26일부터 열린 북·일 간 국장급 회담에서 일본 측이 납치자와 행방불명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일본과) 포괄적이며 전면적인 납치자에 대한 조사에 합의했으며 최종적으로 일본인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우선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납치 피해자 및 행방불명자, 1945년 광복 전후 사망한 일본인과 북한에 잔류한 일본인, 일본인 배우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할 방침이다. 조사과정을 일본 측에 수시로 통보하고 실종된 일본인과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이 발견되면 즉시 송환하기로 했다.

일본은 조사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대북 독자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할 계획이다.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 뒤 취해진 △북·일 간 인적왕래 규제 △대북 송금 제한 △북한 국적 선박의 일본 입항금지 조치 중 일부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이 같은 합의에 이른 이유는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돌파구가 필요한 북한과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결이 필요한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측이 한·미·일 대북문제 공조 체제와 별도로 독자 입장을 갖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합의는 최근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된 북한과 한·일, 한·중 관계에서 애를 먹고 있는 일본의 상호 이해가 맞물린 결과”라며 “실제 일본 측의 까다로운 조사를 북한이 받아들이고, 일본이 독자적인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고 전망했다.

향후 일본과 북한이 북·일 교역의 상징인 ‘만경봉호’의 운항을 재개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일본은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만경봉호의 입항과 북한 당국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대북 독자제재를 시작했다. 일본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북한 선박 입항 및 물품 수출입 금지 등으로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