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면 빠져"
반포주공1, 분할 재건축 추진…과천주공7-1은 상가와 소송
"사실상 알박기"
'모든棟 3분의2 동의' 법 악용…일부 주민들 '특혜 요구' 주장
서울 반포동 신반포3차 주윤환 재건축추진위원장은 몇몇 주민의 반대로 재건축 사업이 10여년간 가로막히면서 다수의 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재건축을 하려면 75% 이상의 주민 동의뿐만 아니라 단지의 모든 동마다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현행법상 규정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끼리 갈등
29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0여개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소수 주민의 반대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이들 단지 주민은 극소수 주민이 법률을 악용해 사실상의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신반포3차는 전체 1140가구 중 956가구가 재건축을 원하지만 대형 평형(전용 150㎡)으로 이뤄진 34동의 반대로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34동의 48가구 중 32가구의 찬성이 필요한데 26가구만 동의한 상황이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 가까이 돼 배관 등 시설이 낡고 주차공간도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상아2차도 한 동의 반대로 14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재건축 지분과 동 배치 등에서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반대 이유다. 그러나 일부 단지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법률상 불가능한 특혜성 이면 약정을 요구하면서 사업의 발목을 잡아 문제다. 홍승권 상아2차 추진위원장은 “반대 측 주민들이 자신들에게만 사업상 결정의 거부권을 달라고 하는가 하면 감정평가 시점을 유리한 시점으로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과 상가 소유자들 간에도 유사한 분쟁이 벌어진다. 상가 동 역시 3분의 2 이상이 사업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별 조합설립 요건 낮춰야”
재건축을 반대하는 동을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신규 분양을 한 신반포1차는 사업에 반대한 20·21동을 빼고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가 시작되자 반대 측이 공사차량 통행로에 화단을 설치하는 등 극단적인 갈등 끝에 일반분양 직전에 가서야 서초구청의 중재로 합의가 이뤄졌다.
한강변 대형 재건축단지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도 한 동을 단지에서 분할시키는 토지분할 소송을 냈다. 경기 과천시 주공7-1단지도 아파트 722가구 주민이 100% 사업에 동의했으나 상가에 발목을 잡혀 소송 중이다.
반대 동·상가가 단지 중앙에 있을 때는 이를 제외하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문제다. 또 법원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을 이유로 분할 재건축을 불허하면 다수 주민은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다. 신반포3차의 경우 토지분할 소송을 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반대 동과 재건축에 반대하는 전체 주민을 피고로 삼아야 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업계에서는 전체 주민의 동의율이 기준보다 높을 경우 동별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과반수(2분의 1 이상)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기송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의 재산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다수가 소수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보는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소수 주민의 이익도 보호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