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로부터 “우승해야죠” 소리를 들으면 울컥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출중한 기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맴돌며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아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첫승 문턱서 번번이 주저앉은 KLPGA 실력파들 "우승요?…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해요"
○‘얼짱’ 윤채영 9년째 첫승 못해

윤채영(27·한화)은 KLPGA투어 최고의 미녀로 손꼽힌다. 윤채영은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든 선수 가운데 선정하는 홍보모델에 빠지지 않고 뽑힐 정도로 실력과 미모를 겸비했다. 홍보모델 선정을 시작한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뽑힌 선수는 윤채영과 김하늘(26·비씨카드) 두 명뿐이다.

172㎝의 훤칠한 키에다 모델을 능가하는 늘씬한 몸매로 후원사들의 ‘영입 대상 0순위’인 윤채영에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우승이 없다는 것. 2006년 데뷔한 윤채영은 9년째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윤채영은 2007년부터 한 번도 상금랭킹 41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2008년에는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다.

윤채영은 “우승은 집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매 대회 좋은 성적을 낸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기회가 오면 예전에는 마음을 비우려고 했으나 이제는 욕심을 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윤채영은 가장 아쉬운 대회로 2년 전 부산 아시아드에서 열린 BS금융그룹 부산은행오픈을 꼽았다. 그는 “당시 첫날 67타를 쳐 선두로 나섰을 때 샷도 좋고 자신감이 충분히 있었으나 2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이 OB가 나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결국 3위로 마감했다”고 회상했다. 이달 초 열린 KG·이데일리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른 윤채영은 30일 개막하는 E1채리티여자오픈에서 첫 승에 도전한다.

○5년 넘게 우승 못한 선수들

박희영의 동생으로 유명한 박주영(24)은 2010년부터 투어에서 뛰고 있으나 5년째 우승 소식이 없다. 지난해 후반 4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면서 상승세를 탔다. 특히 10월에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 첫날 깜짝 공동 선두에 나섰으나 마지막날 부진으로 12위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도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3위에 오르며 꾸준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역시 5년차인 안송이(24·KB금융그룹)도 진작에 우승했어야 할 선수다. 안송이는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머무는 등 ‘톱10’에 일곱 차례 진입했다. 안송이는 2011년 상금랭킹 68위에 그쳐 시드를 잃고 그해 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시드전에 나가 당당히 1위를 하기도 했다. 동기생인 최은별(24)도 2010년 말 시드전을 수석으로 통과했으나 정규투어에서는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7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2002년에 투어에 데뷔한 김수아(33)는 2007년부터 5년간 투어 생활을 접었다가 2010년 다시 복귀해 첫 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2005년 데뷔해 올해로 10년째 우승에 도전 중인 김혜지(28)는 아직도 대회 전날이 되면 잠을 설친다고 한다.

2006년부터 투어에서 뛴 김소영(27)은 데뷔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상금랭킹 50위 안에 드는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면서도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이정연 애타는 두번째 우승

우승을 하고 난 뒤 너무 오랜 기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KLPGA투어 최고참인 이정연(35)은 1999년 SBS프로골프최강전에서 우승한 이후 15년째 무승이다. 안시현(30)은 2004년 MBC·X캔버스여자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배경은은 2001년 KLPGA선수권, 2002년 LG레이디스카드여자오픈, 2005년 KLPGA선수권 등에서 3승을 거뒀고 2005년에는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우승 소식이 끊겼다. 2010년 국내로 복귀했으나 9년째 우승컵은 다가오지 않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