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낳고 있는 기성용의 '왼손 경례' 장면. 사진=MBC 중계방송 캡처
논란을 낳고 있는 기성용의 '왼손 경례' 장면. 사진=MBC 중계방송 캡처
"국가대표의 기본 망각해"
"기성용 마녀사냥 연장선"

'왼손 경례' 반응 엇갈려


축구 국가대표팀의 기성용이 '왼손 경례'로 구설에 올랐다. 청소년 시절부터 국가대표생활을 이어온 '만년 국가대표'임에도 다시 축구 외적인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번엔 국기에 대한 경례가 문제였다. 기성용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튀니지의 평가전에서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경례 하는 실수를 범했다.

'원정 월드컵 첫 8강 진출'이란 청운을 안고 떠나는 대표팀의 출정식을 겸한 자리에서 기성용은 유난히 튀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오른손을 왼쪽 앞 가슴에 댄 것에 반해 기성용은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대고 있었던 것.

국기에 대한 경례를 오른손으로 하는 것은 국기법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와 별개로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되었기 때문에 세부적 법률을 알지 못하더라도 틀릴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반대로 한 것은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는 이들도 있었다. 더욱이 기성용이 지난 2004년 청소년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무려 101번이나 국가 대항전에 나간 선수이기에 이른바 '왼손 경례'에 대한 질타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례를 했느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있다. 미운털이 박힌 기성용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기성용을 옹호하는 이들은 "아무리 국가대표라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며 "기성용의 '왼손 경례'에 대한 비난은 지금까지 쌓인 그에 대한 분노가 기저에 있다"고 반박했다.

기성용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도덕성 문제 때문에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시발점은 2007년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올림픽 대표팀이 졸전 끝에 0 대 0으로 경기를 마치자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당시 경기에 출장했던 기성용은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답답하면 너희들이 뛰든지"라는 글을 올리며 성난 팬들에게 기름을 부었다. 여론의 비난이 도를 넘은 부분도 있었지만 국가대표로서 반응이 부적절했기에 따끔한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기성용의 SNS 상 발언은 꼬리표가 되어 그를 따라다녔다. 기성용에겐 오랫동안 지우고 싶은 과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며 최강희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글을 남겨 다시 SNS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대표팀은 국내파와 해외파간 내분이 있다는 의혹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던 때였다.

민감한 시기 하극상에 가까운 발언으로 비난이 일자 기성용은 사과 뒤 페이스북을 폐쇄했다. 그렇게 일단락 된 줄 알았던 기성용의 SNS 논란은 이후 그의 비밀 계정이 발견되며 결국엔 축구협회 차원의 경고 조치에 이르렀다.

헤프닝에 그칠 수 있었던 '왼손 경례'에 대한 논란을 키운 것도 과거 기성용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기성용은 전에도 '왼손 경례' 실수를 저질렀는데, 당시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왼손이 올라갔다. 동료들이 보고 웃고, 나도 웃었다"며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웃어 넘기고 말았던 일이 월드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불난 데 부은 기름'이 될 줄은 기성용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이런 갑론을박을 뒤로하고 기성용은 지난 29일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났다.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성용이 논란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점을 잊지 않길 주문하려는 것이다.

남은 한 달여의 시간, 자신의 말처럼 '묵직하게' 본분을 다하는 것이 기성용에게 남은 과제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