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영 고삐 죄는 삼성] 삼성전자, 실적악화 시스템반도체 '전격인사'로 돌파구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건 위기경영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으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그룹 전체 임직원 기강을 다잡고, 앞으로도 실적 위주의 인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부진에 빠진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새 도약의 계기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삼성 흔들림 없이 정상 경영

수시 인사는 최근 삼성의 문화가 됐다. 이 회장이 2011년 6월 부정시비에 휘말린 모 계열사 사장을 전격 경질한 뒤 수시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시 인사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경영진에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전엔 연말 인사철만 넘기면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년 내내 언제 인사가 날지 모른다.

이 회장이 3주 가까이 입원 중인 가운데 삼성이 수시 인사 카드를 꺼낸 건 안으로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외부에는 삼성이 정상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달 내놓은 갤럭시S5의 판매속도가 둔화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자 임직원 46만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제대로 굴러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장단을 교체한 건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경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돌파구 마련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D램 등 메모리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2000년대 들어 본격 투자를 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2007년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수탁생산)를 맡으며 급성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용 AP도 만들며 2012년까지 승승장구했다. 2012년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올리며 메모리사업부(2조80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그러나 이후 어려움이 닥쳤다. 글로벌 AP 시장이 삼성전자가 집중해온 투칩(AP와 통신칩을 따로 쓰는 것)이 아닌 원칩(AP와 통신칩을 합쳐 하나로 만든 것) 위주로 전개되며 원칩 개발이 늦은 삼성전자는 대만 미디어텍 등에도 추월당했다. 여기에 2012년 출시된 갤럭시S3부터 LTE(4세대 이동통신) 버전에 AP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또 주요 고객이던 애플은 특허소송 여파로 AP 파운드리 주문 상당량을 올해부터 대만 TSMC로 돌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1.1%(매출 기준)에서 지난해 7.9%, 올 1분기 4.8%까지 내려앉았다.

루슨트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을 거친 우남성 사장은 2008년부터 시스템LSI사업부를 맡아 연매출 100억달러를 이뤄낸 공신이다. 회사 측은 “우 사장이 지난달 허리를 다쳐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으로 문책당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 경질되면 고문을 맡는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우 사장은 사장직을 유지한 채 보직만 떠난다.

그러나 총체적 난국에 빠진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위기 돌파를 위해 과감히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새로 시스템LSI사업부를 맡은 김기남 사장은 삼성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펠로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펠로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 등 화려한 경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