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서태지, 지오디 컴백…3040 여러분 '떼창'준비 됐나요
가요계에 중견가수 바람이 거세다. 12년 만에 다시 뭉친 그룹 god를 비롯해 플라이투더스카이, 박정현, 이승환, 임창정, 이선희 등이 아이돌 일색이던 가요계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의 신곡은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공연도 매진 행렬이다. 조덕배, 김창완, 김완선, 클론, 이문세 등 중견가수들은 스물한 살 아이유의 목소리로 부활했다. 김창완, 클론 등은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피처링으로 직접 참여했다. 아이유와 함께 만든 ‘나의 옛날 이야기’ ‘너의 의미’ ‘사랑이 지나가면’ 등 세 곡이 지난주 멜론 차트 10위권에 고루 포진했다. 재기에 실패한 채 쓸쓸히 퇴장했던 예전의 중견가수들과 다르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팬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신곡 ‘너를 너를 너를’은 지난주(19~25일) 멜론 주간차트 1위, god의 신곡 ‘미운오리새끼’는 전주(12~18일) 같은 차트 선두에 올랐다. 두 곡 모두 발표 당일 멜론 엠넷뮤직 벅스뮤직 등 8개 이상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OST의 여왕’으로 불리는 가수 백지영은 영화 ‘역린’의 OST ‘불꽃’을 공개한 데 이어 신곡 ‘여전히 뜨겁게’로 1년6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들 가수의 곡이 대중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우선 작곡가 이단옆차기, 이상인 등이 내놓은 감성적인 발라드의 힘을 꼽을 수 있다. 가수와 함께 성장한 팬덤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 팬들이 이들의 음원을 소비하며 귀환을 열렬히 환영했다는 이야기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god나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1세대 아이돌의 팬들은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고, 이제 지갑을 열 수 있는 연령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예 아이돌의 팬이 된 20대들이 자신이 10대 시절 좋아했던 ‘첫사랑’ 스타를 다시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앨범보다 공연이 수익성 좋아

경제적으로 성장한 팬덤을 겨냥한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 덕분이기도 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스타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확보돼 있는 과거의 팬들을 불러오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다. 음원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god의 컴백을 주도한 싸이더스HQ는 “오는 7월12, 13일 열리는 콘서트 3만석이 30분 만에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음원공개일인 지난 20일 연 쇼케이스의 티켓도 10분 만에 동났다. 박정현, 이승환 등 라이브 무대에 강한 중견가수가 꾸준히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싸이더스HQ는 지난해부터 god의 컴백을 준비할 때 음원 못지않게 공연에도 중점을 두고 진행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이제 앨범 판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공연이 최선의 수익원인 시대”라며 “뉴키즈온더블록이 더 이상 히트곡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매년 공연을 열며 활동하는 방식이 한국에도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각도 마케팅으로 활기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K팝 공연을 열며 관람권 판매와 머천다이징 사업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이 국내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MBC는 이선희의 30주년 콘서트를 단독 중계했다. 글로벌 K팝 통합 브랜드 ‘1theK’ 는 유튜브 채널에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영상을 공개한 지 열흘 만인 28일 현재 3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웰메이드예당은 ‘음악대통령’ 서태지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전국투어 준비에 들어 갔고 MC몽도 영입하는 등 중견가수들의 귀환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 아이유 등의 투자 유통을 맡은 로엔의 김영석 사업본부장은 “컴백을 앞둔 중견가수와 아이돌 가수들이 많아 가요계가 풍성하고 다채로워질 것”이라며 “중견가수들의 음원 덕분에 2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jjst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