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오랜 기간을 같이 한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으레 ‘서로 같은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중년 남녀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게 금방 느껴진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는 서로 많이 다른 게 분명하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걷어 내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이심전심의 환상을 깨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겠지’라면서 짐작하는 습관을 버리자. 서운한지, 고마운지, 좋은지 등 지금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알려주지 않으면 상대가 알 길이 없다. 짐작은 오해를 낳고 갈등을 만든다. 부부가 같은 마음으로 한방향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수시로 대화하고 확인을 하자.
내 생각이 옳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아내들이 이런 고정관념을 갖고 남편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 양육에 대해 남편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많은 아내들이 ‘당신은 잘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자기 생각이 옳다는 확신에서다. 하지만 부부는 살면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항상 상대방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강조하려는 건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하라는 것이다. 직장과 일에 파묻혀 가족은 뒷전에 두는 남편이 많다. 은퇴 후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소외감을 느끼거나 불편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내들은 지나치게 자녀 중심으로 사는 삶을 경계해야 한다. 인생의 우선 순위는 가정에 둬야 한다. 그중에서도 부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
또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남자는 ‘해결 지향적’이지만 여자는 ‘공감 지향적’이다. 아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운다고 해결이 돼?”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우니까 나도 속상해”라는 식으로 공감하는 게 좋다. 남녀 차이를 알면 부부 대화법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부부의 인연은 두 사람이 맺은 신성한 약속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죽는 순간 내 곁에 있을 사람은 배우자다. 배우자야말로 살면서 내가 특별한 사랑을 베풀어야 할 존재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