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아파트 경매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전셋값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법원 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임대 소득 과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2·26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수도권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신규 아파트 청약이 주춤하지만 법원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잘만 하면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잡을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제1금융권에서도 저금리로 경락잔금 대출을 해줘 자금 조달이 쉬워진 점도 아파트 경매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입찰에 앞서 현장 확인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또 법정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입찰가격을 써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경매시장 북적

1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입찰경쟁률과 낙찰률, 낙찰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년 전 5.6 대 1에 불과했던 입찰경쟁률은 지난달 7.1 대 1로 나타났다. 지난달 낙찰률은 40.5%로 1년 전(33.4%)보다 7.1%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도 85.7%로 5.3%포인트 상승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이 100%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이 많다는 의미다. 더불어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인 낙찰률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경매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울 성북구 보문아이파크의 낙찰가률은 100.59%에 달했다. 입찰경쟁률은 29 대 1을 기록했다. 입찰 경쟁도 뜨거웠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도 높은 가격을 써낸 응찰자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입찰에 나서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입찰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경매 물건이 일반적으로 5~6개월 전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저렴한 물건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 침체와 신규 분양 시장이 주춤거리고 있는 현재 상황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경매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분위기에서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경매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경매 인기 지속될 듯

경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 시장 침체의 주범으로 꼽히는 2·26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에 대한 보완책이 없으면 당분간 실수요자 중심의 경매 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주택자들의 신규 매수가 중단되면서 부동산 매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가격 매력이 있는 경매로 눈을 돌릴 것이란 예상이다.

6월에는 신규 분양도 줄어들 전망이다.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의 6월 분양 물량을 집계한 결과 전국 17곳에서 1만2734가구가 공급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분양물량(1만8375가구)보다 30.7% 줄어든 규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신규 분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좋은 입지를 갖춘 경매 물건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에 나서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매 초보자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원하는 아파트를 찾았다면 현장을 꼭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세 파악을 위해 급매물 가격, 매도 물량, 매수 분위기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물건의 전입 세대와 밀린 관리비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