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라는 예술 장르가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해낸 무대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사진) 이야기다. 조선시대 혼례문화를 소재로 한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외국 관객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해학적이다.

임준희 작곡가는 2006년 초연 당시 2막 22곡이던 작품을 이번에 3막 40여곡으로 대폭 늘렸다. 후반부 이야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서향(김판서의 딸)과 서동(몽완의 종), 몽완(맹진사의 아들)과 이쁜이(서향의 종)가 맺어지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해를 풀고 서향과 몽완, 서동과 이쁜이가 축복 속에서 짝이 되면서 끝을 맺는다. 서재형 연출은 끝부분에서 아이들을 대거 무대에 등장시키며 출산 장려의 의미도 담았다. 풍자적 요소는 다소 줄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피 엔딩’인 셈이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극의 전개도 장점이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20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요소도 많다. 청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몽완이 청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장면이나 맹진사가 족보를 고치는 장면 등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파스텔 색상의 한복과 무대를 넓게 보이도록 하는 곡선 무대도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는 요소였다. 특히 1막과 3막 시작 부분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등장한 무용수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반적으로 한국말로 이뤄진 가사와 어우러져 한편의 ‘마당놀이’를 보는 느낌을 줬다.

성악가들도 호연을 펼쳤다. 서향(소프라노 서활란)과 몽완(테너 이승묵)이 부르는 이중창 ‘내 사랑 누굴까’는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거문고, 가야금, 대금, 해금 등 국악기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맡았다. 국악기 연주는 서양 악기와의 음량 차이 때문에 마이크를 부착해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결과적으로 오케스트라와 국악기 소리가 어우러지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