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스트레스, 연습 끝날땐 흥얼흥얼 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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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좋다 - G밸리 남성 CEO합창단 'G하모니'
2010년 결성…60여명 매주 화음
'화합 선율' 회사 분위기도 살려
"실리콘밸리 공연, 함께 꾸는 꿈"
2010년 결성…60여명 매주 화음
'화합 선율' 회사 분위기도 살려
"실리콘밸리 공연, 함께 꾸는 꿈"
지난달 29일 서울 가산문화센터 지하 1층 소극장. 중소기업 사장 40여명이 모여들었다.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이들은 정오가 되자 좌석을 정돈하고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 지휘자의 주문에 따라 가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가 울려 퍼졌다. 중후한 목소리가 4개의 음조로 나뉘고 다시 합쳐지면서 조화를 이뤘다. 160석 규모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매주 목요일 ‘G선율’ 울려 퍼져
2010년 12월 결성된 G밸리(옛 구로공단) 남성 최고경영자(CEO) 합창단 ‘G하모니’는 창단 후 3년6개월이 지난 현재 60여명의 단원이 매주 목요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 교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인 지피플의 정창진 대표가 단장을 맡고 있다. 창단 당시 정 대표의 나이가 50세였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하나 있지’로 시작하는 이날 첫 연습곡 ‘사랑으로’의 노랫말처럼 정 대표는 “인생의 첫 25년은 공부하며 보냈고 나머지 25년은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했다”며 “남은 25년은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합창이었다. 2009년 부산대 재경 동문회 행사에서 합창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G밸리를 관리하는 한국 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에 단지 내 중소기업 CEO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후 한 달 만에 27명의 CEO가 모였다. 46년생부터 82년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서동현 솔로세움 대표가 1테너파트장, 정철영 디지털원 대표가 2테너파트장, 최원영 한국노총 구로금천지부 의장이 바리톤파트장, 인중환 삼원 대표가 베이스파트장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G밸리가 실리콘밸리를 뛰어넘고, G하모니가 실리콘밸리에 가서 공연하는 꿈을 함께 꾸고 있다”고 전했다.
○단원은 ‘치유’ 단지엔 ‘공유’
G하모니는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제2회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 15회 공연을 했다. 지난해 3월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참석한 ‘상공의날 기념식’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공연하는 것보다 함께 노래하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2008년부터 가곡 레슨을 받았다는 이응훈 피오씨코리아 대표는 “노래하는 게 무엇보다 즐겁고, 노래를 하면서 사회에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기업 경영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극장에 들어왔다가 연습을 마치고 나갈 땐 웃으며 나간다고 한다. 차광찬 건우씨엔씨 대표는 “연습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영자가 노래를 흥얼거리니 회사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단원들의 얘기다. G밸리 빌딩에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일에 빠져 지내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의 역할도 한다.
창단 때부터 지휘를 맡아온 장 베드로 한국미래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단원도 관객들도 즐거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앨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로큰롤을 부르기도 하고 한복을 입고 타령을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매주 목요일 ‘G선율’ 울려 퍼져
2010년 12월 결성된 G밸리(옛 구로공단) 남성 최고경영자(CEO) 합창단 ‘G하모니’는 창단 후 3년6개월이 지난 현재 60여명의 단원이 매주 목요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 교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인 지피플의 정창진 대표가 단장을 맡고 있다. 창단 당시 정 대표의 나이가 50세였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하나 있지’로 시작하는 이날 첫 연습곡 ‘사랑으로’의 노랫말처럼 정 대표는 “인생의 첫 25년은 공부하며 보냈고 나머지 25년은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했다”며 “남은 25년은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합창이었다. 2009년 부산대 재경 동문회 행사에서 합창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G밸리를 관리하는 한국 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에 단지 내 중소기업 CEO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후 한 달 만에 27명의 CEO가 모였다. 46년생부터 82년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서동현 솔로세움 대표가 1테너파트장, 정철영 디지털원 대표가 2테너파트장, 최원영 한국노총 구로금천지부 의장이 바리톤파트장, 인중환 삼원 대표가 베이스파트장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G밸리가 실리콘밸리를 뛰어넘고, G하모니가 실리콘밸리에 가서 공연하는 꿈을 함께 꾸고 있다”고 전했다.
○단원은 ‘치유’ 단지엔 ‘공유’
G하모니는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제2회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 15회 공연을 했다. 지난해 3월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참석한 ‘상공의날 기념식’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공연하는 것보다 함께 노래하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2008년부터 가곡 레슨을 받았다는 이응훈 피오씨코리아 대표는 “노래하는 게 무엇보다 즐겁고, 노래를 하면서 사회에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기업 경영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극장에 들어왔다가 연습을 마치고 나갈 땐 웃으며 나간다고 한다. 차광찬 건우씨엔씨 대표는 “연습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영자가 노래를 흥얼거리니 회사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단원들의 얘기다. G밸리 빌딩에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일에 빠져 지내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의 역할도 한다.
창단 때부터 지휘를 맡아온 장 베드로 한국미래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단원도 관객들도 즐거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앨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로큰롤을 부르기도 하고 한복을 입고 타령을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