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나 과징금 부과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해 물어줘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 부처가 자체 판단으로도 소송에서 질 것으로 예상한 소송가액이 지난해 말 기준 1조745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72%나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직접적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중 70%에 달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및 경제민주화 열풍을 타고 무리한 세금 및 과징금 부과가 많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공정위의 패소 비용 증가가 두드러진다. 공정위 패소 예상 금액은 3200억원으로 전년(594억원) 대비 무려 5.3배나 늘어났다. 그 결과 정부 부처 중 패소액 순위에서도 종전 4위에서 국세청에 이어 2위로 뛰어 올랐다. 공정위가 얼마나 과징금을 남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국세청은 9189억원으로 1.4배 늘었다. 절대금액을 감안하면 이 역시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정부가 밝힌 패소액은 그나마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이다. 소송이 많은 부처들의 패소율을 감안하면 실제 패소액은 5000억원 이상 더 많아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정부가 세금이나 과징금을 잘못 부과해 이처럼 납세자를 울리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 동반성장 공생발전 바람이 불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로 촉발된 공정위의 기업 때리기는 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인하, 일감몰아주기 규제, 프랜차이즈 모범규준 제정 등으로 이어졌다. 현 정부 들어서는 경제민주화로 이름을 바꿔 폭풍처럼 몰아쳤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슬로건을 걸었던 국세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게 몇 년간 지속된 포퓰리즘 행정이 정부 패소 비용 급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이든 과징금이든 국가권력 작용이라는 면에서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때려 놓고 불만이 있으면 소송하라는 식은 정말 곤란하다. 조세저항을 높이고 정부에 대한 불신도 키우게 된다. 세수 부족도 걱정이지만 국가에 대한 불신도 뿌리가 깊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