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중 항공노선 배분이 남긴 것
한국과 중국 간 항공노선을 놓고 8년 만에 벌어진 ‘운수권 배분 전쟁’ 결과가 지난달 30일 발표됐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17개 신설 정기노선과 12개 기존 노선을 비롯한 총 62개 노선(주 516회 운항)의 한·중 노선 운수권을 국내 7개 항공사에 배분했다.

한·중 노선 운수권 배분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여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듯하다. 대한항공은 인천~베이징 노선을 가져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광저우 노선 운항 횟수가 주 4회로 대한항공(주 3회)보다 많아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 경각심이 극에 달한 가운데 ‘안전’이란 키워드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를 내고도 중국 노선 운수권을 나눠 가지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행 항공법에선 사고 최종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엔 해당 사고가 운수권 배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력히 맞섰다. 노선 운수권 배분이 있을 때마다 이 같은 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항공사의 운수권 배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신경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 기준 항목은 △안전성 및 보안성 △이용자 편의성 △시장 개척 노력 및 운항 적정성 △지방 공항 활성화 노력 등 총 6개다.

이 같은 평가항목으로는 이해 당사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운수권 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특히 이용자 편의성과 시장 개척 노력 등은 정성(定性)평가여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관련 기준을 새롭게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해명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운수권 배분 때마다 업계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 자칫 국적 항공사들의 대외 이미지가 악화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미아 산업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