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온 원高 먹구름…'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원고(高)’가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직전 거래일이었던 5월30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인 102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20원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원·달러 환율을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수출주 발목 잡는 ‘원고’

몰려온 원高 먹구름…'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80원30전이었던 지난 3월21일부터 1020원10전을 기록한 5월3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934.94에서 1994.96으로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504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덕이다.

지난 2개월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원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증시의 호재로 간주된다. 기업들의 수출이 잘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데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순매수세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통화 가치가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기업 수출이 타격을 받고 주식 가격이 비싸지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한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1017원대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30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화 가치가 올라갈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자동차 업종 대표주인 현대차의 주가는 2.39% 떨어졌다. 현대모비스(-1.20%)와 기아차(-1.01%)도 주가가 밀렸다. 전자 업종도 삼성전자(-1.16%), LG디스플레이(-3.89%)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태풍’이냐 ‘미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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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향후 원화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5월에도 무역수지 흑자 폭이 53억4900만달러에 달했고 6월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개입이 없었으면 이미 환율이 1000원 근처까지 떨어졌어야 정상인 상황”이라며 “수출 호조로 쌓이는 달러가 많은 데다 미국 국채 금리도 2.4%까지 떨어진 만큼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도 “현 정부의 정책 지향점도 수출과 내수의 균형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개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월말을 맞아 ‘환율 드레싱’을 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1020원 선을 가까스로 지키는 데 그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가 환율 관리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대형 수출주들의 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식시장이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원화가치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가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엽 팀장은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1010원대 중후반까지의 원·달러 환율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투자자도, 상장사들도 원화 가치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