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맞춤 셔츠를 입는 사람은 셔츠를 맞출 때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했다. 옷을 만들기 위해 신체 사이즈를 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번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 바쁜 직장인이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만약 재단사가 직접 찾아와 사이즈를 재준다면 어떨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 있다. 찾아가는 맞춤 셔츠 온라인 쇼핑몰 ‘스트라입스’다.

스트라입스는 홈페이지에서 방문 신청만 하면 스타일리스트가 내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온다. 근처 카페 등에서 신체 사이즈를 재고 어울리는 셔츠를 추천해준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셔츠를 골라 주문하면 매번 내 몸에 꼭 맞는 셔츠를 1주일 내로 배송해준다. 온라인에서 소매, 칼라, 봉제선 모양을 직접 디자인하고 핏(fit)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번 측정한 사이즈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매번 다시 측정할 필요가 없다. 스트라입스의 모토가 ‘처음 한 번만 만나면 평생 편리한 서비스’인 이유다.
이승준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직원들이 스트라입스의 맞춤 셔츠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승준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직원들이 스트라입스의 맞춤 셔츠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30㎏ 감량 후 사업 구상

이승준 대표가 스트라입스를 창업한 것은 맞춤 셔츠에 대한 불편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바쁜 직장인으로서 매번 셔츠를 맞추러 가는 시간이 아까웠다”며 “누군가 내 사이즈를 기록해 두고 몸에 꼭 맞는 셔츠를 계속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수생 시절의 깨달음도 한몫했다. 당시 그는 100㎏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공부를 위해서라도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3개월 만에 30㎏을 감량했다. 이후 날렵해진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 대표가 남성의 외모와 관련된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수학과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아이리버의 상품 기획팀에서 4년간 일했다. 유난히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직장에서 평가가 좋았다. 직접 사업을 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기 사업을 꿈꾸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6개월간의 준비 끝에 2013년 1월 스트라입스를 세웠다. 창업 보육기관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5억원의 초기 투자도 받았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업 모델 덕이었다.

○페이스북 광고 후 극적 성장

초기 스트라입스의 마케팅 방법은 게릴라 채촌(몸 치수를 재는 일) 프로모션이었다. 홍대 앞이나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공짜로 사람들의 신체 사이즈를 재주며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1000여명이 사이즈를 쟀지만 실제 구매자는 40~50명밖에 안 됐다. 대부분 길거리 이벤트라고만 생각하고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전략을 수정했다. 기업 사무실을 찾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업했다. 타깃 고객층이 밀집돼 있어 효과가 좋았다. 길거리 프로모션보다 더 적은 고객을 만났지만 더 많은 사람이 구매했다. 그러나 인맥을 기반으로 한 영업방식이 한계에 이르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보다 대중적인 마케팅이 필요했다.

스트라입스가 선택한 것은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페이스북 광고였다. 서비스도 기존의 집단 모객 방식에서 고객 한 명 한 명을 다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후 스트라입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매달 평균 매출 성장률이 50%에 달한다.

스트라입스는 앞으로 고객의 신체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가슴둘레가 작은 사람에게 헬스장을 추천하고 배가 나온 사람에게는 다이어트 식품을 권할 수 있다”며 “패션 부문은 물론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종합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