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여야 정치 지형 변화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선거 결과는 통상적으로 당 권력 구도 재편과 직결돼 있다. 여야 관계없이 선거에서 이기면 선거운동을 이끈 당 지도부의 입지는 강해지고, 패배하면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14일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 7선의 친박근혜계 주류인 서청원 의원과 5선의 비주류 김무성 의원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변수에도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해 여야가 경합을 벌이는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현 친박 지도부의 핵심인 서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주요 경합 지역에서 야당에 승리를 내주면 친박 책임론이 제기되며 김 의원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내 혁신과 개혁을 요구하는 비박·비주류 의원들의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과 최근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이미 친박계 권력 구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정몽준 서울시장·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 비박계 인사들이 후보 경선에서 약진했고, 친박 지도부의 상징성을 가진 황우여 의원이 비박계 정의화 의원에게 밀려 국회의장 선거에서 낙마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수도권 등 정치적 상징성이 큰 혼전 지역에서 야당에 승리를 내주며 패하면 친박 지도부의 권력 누수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 엄밀히 말하면 이번 선거가 친박계 재결집이냐 해산이냐를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주류가 당권을 잡는다면 일방적, 소통 부족이란 지적을 받는 현재의 당·청 관계 역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지방선거 이후 당내 역학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 승리시 당 통합과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장악력은 강해질 전망이다. 박빙 승부처인 경기, 인천 지역을 새누리당에 내주면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며 당내 강경파들이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 전대 시행을 주장할 수도 있다.

특히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당락에 달려 있다는 당내 분위기가 강하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2일 “(윤 후보의 당락과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거취 문제를) 연관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당선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낙선한다면 전략공천을 주장한 안철수 대표에게는 아무래도 정치적 상처가 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