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운명이 금융당국 손에 넘어가게 됐다. 잇따른 금융 사건·사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달 중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관련 임직원뿐만 아니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12, 26일 제재심의위원회 열려

KB '운명의 6월'…최고경영진 징계수위 '촉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일과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카드 고객 정보유출 사건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비자금 의혹,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 보증부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1조원의 가짜 확인서 발급 사건 등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한다. 징계나 내부 문책 조치를 받는 KB금융 및 국민은행 임직원 수는 줄잡아 1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및 국민은행과 관련된 안건 중 상당 부분을 26일 제재심의위에 올려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보유출과 관련된 징계는 엄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규영업 정지 조치를 내렸던 만큼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는 ‘해임권고 상당’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른 사안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도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당국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관련자뿐만 아니라 기관까지 잇따라 제재를 받을 경우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주사에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경우 인수 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투자나 자금운용에서 일정 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

○사장·부행장 때 ‘책임론’ 거론

관심의 초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여부다. CEO로서 상징적 책임 외에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각각 지주사 사장과 은행 부행장으로 일한 만큼 책임질 사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2011년 3월 국민은행에서 분사했다. 이때 국민은행은 개인 신용정보를 KB국민카드에 제공하는 것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위규 여부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금융위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작업을 총괄한 사람은 지주사 사장이던 임 회장이었다고 한다. 작년 6월 정보 유출이 발생했을 때 임 회장이 지주사 고객정보관리인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할 당시 리스크담당 부행장이었다. 포괄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행장 취임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물을 경우 징계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주변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내분을 일으킨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 국민은행 사외이사, KB금융 일부 임원 등도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5일까지 특검을 마무리하고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안건도 최대한 빨리 제재심의위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창민/박종서/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