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금 운용 틀을 바꾸자] 케인스도 버핏도 대학기금 CIO 출신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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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 운용 맡기자
국내 대학은 CIO職 아예 없어
국내 대학은 CIO職 아예 없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월가의 현인’으로 불리며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로 칭송받는 워런 버핏,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케인스와 버핏 모두 대학기금 운용을 진두지휘한 최고투자책임자(CIO)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으로 성장하고,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보유하게 된 배경엔 투자 전문가에게 기금 운용을 맡겨 온 전통이 밑거름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IO라는 직함 자체가 없는 국내 대학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케인스는 1924년부터 1946년까지 영국 공립대인 킹스칼리지의 기금을 운용했다. 22년간 케인스가 올린 수익률은 무려 167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국 증시는 4배 올랐다. 당시 케인스는 저평가된 가치주 발굴에 주력했다고 한다.
버핏도 1970년대 중반에 5년간 미국 그린넬대에서 기금 운용을 맡았다. 그때만 해도 미국 대학들도 요즘 한국 대학들처럼 기금을 채권과 예금에 묵혀 두던 시절이었다. 버핏은 대학 이사회를 설득해 주식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간 수익률은 300%에 달했다.
예일대를 대학기금 운용의 ‘모범 답안’으로 변모시킨 데이비드 스웬슨도 CIO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1985년 부임할 때 10억달러에 불과했던 예일대 기금을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내며 작년 말 207억달러로 불렸다.
월가에서 ‘예일 모델’이란 말을 탄생시킨 그의 투자 원칙은 두 가지다. 우선 전통적 투자 자산이던 국내 주식·채권에서 탈피해 부동산, 원자재,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와 해외 주식으로 투자군을 확대했다. 5년 이상 장기 투자 원칙도 엄격하게 지켰다. 1985년 예일대의 기금 규모는 국내 대학 1위인 이화여대(758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학 안팎에서 이제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대학에서 외부 전문가에 운용을 맡긴 사례는 극히 드물다.
KAIST가 2010년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만들고 초대 CFO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조국준 씨를 영입한 것이 유일하다. 그의 주요 역할은 손실 난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채권 투자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그나마 임기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국민연금 직전 CIO였던 이찬우 본부장이 작년 11월 국민대에 기금 CIO가 아닌 특임 교수로 채용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요 대학은 국민연금 등 국가 기금 평가단 경력이 있는 교수를 여럿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대학 기금 운용에 관해선 손사래를 친다. 6년여간 대학 기금 운용에 관여해 오다 작년에 손을 뗀 A교수는 “더 하다간 교수 생명까지 끝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며 “잘했을 때 혜택은 없고, 한 번 삐끗하기라도 하면 벌칙만 존재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미국 영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으로 성장하고,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보유하게 된 배경엔 투자 전문가에게 기금 운용을 맡겨 온 전통이 밑거름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IO라는 직함 자체가 없는 국내 대학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케인스는 1924년부터 1946년까지 영국 공립대인 킹스칼리지의 기금을 운용했다. 22년간 케인스가 올린 수익률은 무려 167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국 증시는 4배 올랐다. 당시 케인스는 저평가된 가치주 발굴에 주력했다고 한다.
버핏도 1970년대 중반에 5년간 미국 그린넬대에서 기금 운용을 맡았다. 그때만 해도 미국 대학들도 요즘 한국 대학들처럼 기금을 채권과 예금에 묵혀 두던 시절이었다. 버핏은 대학 이사회를 설득해 주식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간 수익률은 300%에 달했다.
예일대를 대학기금 운용의 ‘모범 답안’으로 변모시킨 데이비드 스웬슨도 CIO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1985년 부임할 때 10억달러에 불과했던 예일대 기금을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내며 작년 말 207억달러로 불렸다.
월가에서 ‘예일 모델’이란 말을 탄생시킨 그의 투자 원칙은 두 가지다. 우선 전통적 투자 자산이던 국내 주식·채권에서 탈피해 부동산, 원자재,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와 해외 주식으로 투자군을 확대했다. 5년 이상 장기 투자 원칙도 엄격하게 지켰다. 1985년 예일대의 기금 규모는 국내 대학 1위인 이화여대(758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학 안팎에서 이제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대학에서 외부 전문가에 운용을 맡긴 사례는 극히 드물다.
KAIST가 2010년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만들고 초대 CFO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조국준 씨를 영입한 것이 유일하다. 그의 주요 역할은 손실 난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채권 투자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그나마 임기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국민연금 직전 CIO였던 이찬우 본부장이 작년 11월 국민대에 기금 CIO가 아닌 특임 교수로 채용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요 대학은 국민연금 등 국가 기금 평가단 경력이 있는 교수를 여럿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대학 기금 운용에 관해선 손사래를 친다. 6년여간 대학 기금 운용에 관여해 오다 작년에 손을 뗀 A교수는 “더 하다간 교수 생명까지 끝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며 “잘했을 때 혜택은 없고, 한 번 삐끗하기라도 하면 벌칙만 존재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