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관측장비 납품 비리와 관련, 기상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기상청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몇 년 새 고질적인 납품 및 인사 비리로 ‘비리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상청의 파벌과 전직 관료들이 중심이 된 ‘기상 마피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투서와 음해 난무하는 기상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할 관측장비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상청 직원들이 민간 업체인 A사와 유착해 기준 미달의 기구가 납품 선정될 수 있도록 힘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당 납품 기구는 사후인증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기상청이 수억원대의 기상장비를 입찰할 때마다 납품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투서는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에도 수차례 접수됐다. 지난해 8월 퇴임한 이일수 전 기상청장도 자신을 둘러싼 납품 관련 투서가 잇따르자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관계자는 “입찰에서 탈락한 민간업체들이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기상업계 한 관계자는 “기상청의 고질적인 비리는 학연과 인맥으로 얽힌 ‘그들만의 리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기상청 내부에서 Y대와 S대 출신이 대표 파벌을 이루면서 상대방에 대한 투서와 음해가 난무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급 이상 승진자 80명 중 40%에 달하는 32명이 두 대학 출신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Y대와 S대 출신 ‘기상 마피아’들이 학연으로 유착되면서 요직을 장악하고, 퇴직 후에도 용역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하기관에 포진한 ‘기상 마피아’

기상청의 산하기관으로 장비 조달업무를 하는 기상산업진흥원을 기상청 관료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입찰비리를 조장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상산업시장 확대를 위해 2009년 출범한 진흥원의 역대 원장 3명 모두 기상청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기상산업진흥원 주요 고위 간부들도 기상청 전직 관료 출신이다. 일부 업체는 진흥원이 퇴직 후 업체로 이직한 전직 관료를 위해 입찰 방식을 바꿔가면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상산업을 키워야 할 진흥원이 전직 관료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곳으로 전락했다”며 “이들이 학연과 인맥을 통해 일부 업체와 유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고질적인 납품 및 인사비리를 해소하기 위해 창조개혁기획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조직 개혁작업이 연기됐을 뿐”이라며 “조만간 용역 작업을 통해 기상청의 개혁작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