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어 낭만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는 정말 훌륭한 노래가 많지만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사냥의 즐거움을 찬미하는 우렁찬 남성 코러스, 일명 ‘사냥꾼의 합창’이다. 가장 사격술이 뛰어난 사냥꾼을 뽑아 산림보호관의 딸과 결혼시키고 동시에 후임 산림보호관으로 지명하기 위해 열린 사격대회 도중에 불리는 노래다.

거친 남성미로 가득한 곡조와 그 장엄함은 매력적이지만 무력의 능력이나 신탁(神託)으로 우두머리를 결정하던 옛 관습을 반영한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진정한 리더십을 지닌 자가 선택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민심을 반영한 주민 투표로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오늘날의 제도는 얼마나 합리적인가.

오늘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