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기다림 >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3일까지도 실종자 1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끝없는 기다림 >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3일까지도 실종자 1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아들 모습이 꿈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지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49일째인 3일 전남 진도 팽목항. 거센 비바람 속에서 실종자 가족 A씨가 ‘야속한’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 한줌이라도 좋으니 (자식이) 이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수색 작업을 가로막는 악천후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 않고 있다. 사고 해역의 기상악화로 수색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기다림에 지쳐 탈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불교계 주관으로 팽목항에서 열릴 예정이던 49재 행사는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반대에 따라 간단한 불공 행사로 변경됐다. “아직 생사 확인조차 하지 못했는데 49재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실종자 가족들이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릴 계획이던 희생자 추도행사 역시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 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도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수는 16명.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50여명의 실종자 가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 해역에는 이틀째 2.5~3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수색 작업은 3일째 중단됐다. 기상 상태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5일까지는 수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딘 구조작업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빨리 구조를 진행하라”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6일과 30일 수색작업을 벌이다 민간잠수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잠수사들의 죽음에 “가족 시신 찾겠다고 애꿎은 목숨을 희생시켰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원봉사자 이모씨(46)는 “남은 가족들이 대부분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특히 잠수사 사고 이후에는 부쩍 말수도 없어지고 어깨도 처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통에 빠졌던 경기 안산시도 여전히 사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산 단원고는 현재 1, 3학년이 정상수업 중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당한 2학년은 학교에서 15명이, 안산 모 연수원에서 71명이 나뉘어 수업을 받고 있다. 사망 및 실종으로 공백이 생긴 단원고 교사 10명의 자리는 인근 학교 교사들의 지원 수업을 통해 메우고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날 종로구 조계사에선 400여명의 불자들이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대웅전을 가득 메웠다. 서울시청 앞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도 49재를 맞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다시 이어졌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직장인 박시현 씨는 “평소 분향소 대기 행렬이 너무 길어 모두가 구조된 이후 조문을 오고 싶었는데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진도=최성국/인천=김인완/김태호 기자 chois9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