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변호사] 삼성-애플 '특허전쟁'변론…권영모·유영일·장덕순 '진검승부'
전 세계 IT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애플의 특허전쟁 무대 뒤에서는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수년째 진검 승부를 펼쳐 오고 있다. 삼성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와 율촌의 유영일 변호사(14기), 애플 측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장덕순 변호사(14기)는 친구이자 적으로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며 지식재산권(IP) 분야 일인자 자리를 다퉈왔다.

[맞수 변호사] 삼성-애플 '특허전쟁'변론…권영모·유영일·장덕순 '진검승부'
삼성이 애플 측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첫번째 ‘공격 소송’은 20년 넘도록 IP 분야 한우물을 파온 권 변호사가 2012년부터 활약해 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을 통과해 1987년 중앙국제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IP 법률 시장 환경이 척박할 때였지만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이 분야에 집중해 왔다.

권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 초기 4년 가까이 변리사 업무와 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며 실무 경험을 다양하게 쌓았다”며 “공학적 이해도가 높은 덕에 어려운 특허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의 1차 공격 소송은 주로 표준 특허에 관련된 것이라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데 권 변호사가 이를 잘 소화한 뒤 타깃을 제대로 겨냥해 1심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그는 효성이 글로벌 타이어 부품 업체로부터 타이어코드(섬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효성 측의 승소를 이끄는 등 다수의 다국적기업-국내기업 간 소송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해 승소 행진을 벌이며 이들의 글로벌 시장 정착을 도왔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삼성 측 ‘방어 소송’을 비롯해 삼성이 추가로 제기한 '2차 공격소송'의 장수를 맡은 사람은 유 변호사다. 2차 공격 소송은 1심을 권 변호사가 맡았으나 2심에서 유 변호사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외무고시와 사법시험 합격 뒤 18년간 판사 생활을 한 유 변호사는 3년간 특허법원에서 근무해 다수의 특허 공방을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IP전문 변호사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2005년 율촌의 지적재산권 그룹장으로 합류했으며 LG전자와 필립스 간 휴대폰카메라 내장 기술 특허 소송에서 LG전자를 대리해 필립스 측 특허를 무효화하는 등 국제적 소송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다. 판사 출신답게 특허 다툼에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살필 줄 알고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유 변호사는 “구두 변론을 대부분 직접 챙기고 모든 서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나름의 철칙”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으로 뽑혀 한국 IP업계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동분서주해왔다.

권 변호사와 유 변호사는 출신과 색깔은 다르지만 현재 삼성-애플 전쟁에서는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협업 중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적수로 붙기도 했다. 반도체 장비 관련 한 코스닥 상장사가 미국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1심에서 전패했으나 권 변호사가 2심에서 김앤장을 상대로 4건 중 3건을 뒤집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 건은 유 변호사가 맡아 치밀한 논리로 대응하면서 권 변호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권 변호사는 상고심에서 다시 이를 뒤집으며 승패를 한건씩 주고 받았다는 설명이다.

애플을 대리하는 김앤장의 장덕순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권 변호사와 20년이 넘는 죽마고우다. 장 변호사는 권 변호사와 비슷한 시기 중앙국제법률사무소에서 함께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광장에도 잠시 함께 몸을 담았다. 그는 미국 킴벌리 클라크가 국내 기저귀업체들을 상대로 2000억원대 배상액을 청구한 소송에서 국내기업을 대리해 2008년 대법원 승소를 이끌었다. 이후 장 변호사가 화우(2006년), 김앤장(2010년)으로 옮겼고 이후 애플이 장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둘은 법정에서 적으로 만났다.

권 변호사는 “오랜 친구 사이지만 치열한 변론을 펼쳐야 하는 탓에 법정에서 언성을 서로 높이기도 했다”며 “변론을 마치면 다시 악수하고 친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와 장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14기)로 또 다른 친분을 보여 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