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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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매니저님, 저희 어머니 재혼상대 좀 찾아 주세요. ‘그 남자(아버지)’는 저희들 양육비도 안 주고 연락도 아예 끊어 버렸습니다. 오래 동안 어머니 혼자서 저희들 키운다고 고생 하셨는데 이제 더 늦기 전에 재혼시켜드리고 싶어서요. 마음씨가 따뜻한 분이면 좋겠습니다.”

27세 딸이 아버지와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52세의 어머니에게 새로운 짝을 찾아드리기 위해 재혼정보회사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 이혼 후 연락도 없는 아버지를 ‘그 사람’이나 ‘그 남자’로 칭한다. 그 만큼 앙금이 쌓여 있다는 증거이다.

사례2) “매니저님, 이번 주말에는 제가 맞선을 볼 수 없습니다. 전 배우자와 살고 있는 제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거든요. 다른 약속은 모두 무시할 수 있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은 절대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56세 돌싱 남성 P씨가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와의 면접권 행사를 이유로 결혼정보회사와 맞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 간단한 대화에서 자녀와의 만남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상기의 사례1은 이혼 후 아버지와 자녀가 완전히 남남이 된 상태이고, 사례2는 아버지와 자녀가 따로 살고 있지만 부자지간의 정은 유지하고 있는 케이스이다.

최근 한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SNS에 올린 비난 글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이 후보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돌싱 남녀 고객을 자주 대하는 결혼정보업체의 재혼담당 커플매니저들에 따르면 자녀를 출산한 바 있는 돌싱남녀 4명 중 1명꼴은 자녀와 비양육 부모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2일부터 4일 사이 전국의 자녀출산 경험이 있는 돌싱남녀 228명(남녀 각 114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본인이 양육 중인 자녀와 전 배우자의 연락 여부’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은 응답자 중 72.8%(83명), 여성은 76.3%(87명)가 ‘(전 배우자가 자녀와) 연락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배우자가 자녀와)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남성 27.2%(31명), 여성 23.7%(27명)였다.

모자간에 연락이 끊긴 비중(27.2%)이 부자간의 관계단절(23.7%)보다 많은(3.5%포인트)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측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라며 “그러나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여성들 중에는 자녀를 포함하여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체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대표는 “부부간에 이혼을 하고나면 결혼생활 기간 중의 불화뿐 아니라 이혼절차를 밟는 과정에도 위자료나 재산분배, 자녀양육권, 양육비 지급 등의 문제로 부부간에 감정적인 언사가 오가는 경우가 많아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다”라며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는 함께 사는 자녀에게 전 배우자의 좋지 못한 측면을 부각시켜 자녀와 전 배우자의 관계를 이간시킴으로써 자연히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혼 후 전 배우자와 본인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연락하지 않는다’(남 47.4%, 여 56.1%)와 ‘자녀, 재산문제 등 업무상으로만 교류한다’(남 41.2%, 여 31.6%)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여 이혼 후 당사자 간의 관계가 원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외 ‘친구처럼 부담없이 만난다’(남 8.8%, 여 7.9%)거나 ‘인생 조력자로서 만난다’(남 1.8%, 여 2.6%), 그리고 ‘연인처럼 만난다’(남 0.8%, 여 1.8%) 등과 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중은 남성 11.4%, 여성 12.3%에 불과했다.

한편 이혼한 부부간에 연락이나 만남이 어떻게든 유지된다고 답한 비중은 남성의 경우 52.6%, 여성은 43.9%로서 남성이 8.7%포인트 더 높다. 이는 돌싱 여성이 헤어진 전 배우자에 대해 좀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기 두 가지 설문결과를 종합해 보면 부부가 이혼하면 헤어진 부부 당사자 간의 연락유지보다는 부모와 자녀 간에 연락을 유지하는 빈도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해 이경 비에나래 커플매니저 실장은 “헤어지는 부부간에는 많은 사연이 있을 뿐 아니라 ‘부부는 헤어지면 남남’이라는 말과 같이 남보다 더 못한 관계가 되기 싶다”라며 “그러나 부모와 자녀는 혈육지간이기 때문에 비록 헤어져 살지만 애틋한 마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풀이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자녀와 부모 간에도 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자의든 타의든 부모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이혼 후의 부부 및 자녀 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사례)를 소개한다.

51세 사업가 남성 K씨는 16년 전에 전 배우자와 이혼을 했다. 당시 3세이던 딸은 전 배우자가 맡았다. 전 배우자는 자신은 물론 딸에게도 아버지와 일체의 연락을 못하게 했다. 부부 당사자 뿐 아니라 딸과 아버지도 불가피하게 연락이 단절된 채로 16년을 살았다.

그러던 중 금년 3월 아버지는 어렵게 알아낸 딸의 연락처를 통해 전화를 했고, 철이 든 딸도 어머니 몰래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는 16년 만의 재회 기념 및 딸의 대학 입학 선물로 옷과 반지, 시계 등을 푸짐하게 선물했다. 어머니에게서 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라고만 들었던 딸은 아버지의 진면목을 보고 너무나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몇 번의 만남을 거듭한 끝에 아버지와 같이 살기로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자녀가 자체 판단 능력이 없는 나이에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양육권을 정하고, 또 어머니가 부녀간의 관계를 제한하면서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어머니는 홧김에 새로운 짝을 찾아 재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