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여장男…이색 형사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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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다룬 영화 '끝까지 간다' 6일새 100만명
'하이힐' 性정체성 고민하는 형사로 관객 몰이
'하이힐' 性정체성 고민하는 형사로 관객 몰이
어머니의 장례식 날, 건수(이선균)가 자동차로 급히 달리다 한 남자를 치어 숨지게 한다. 그는 엉겁결에 사체를 차량 트렁크에 넣었다가 빼내 어머니 관 속에 함께 넣어 매장한다. 건수의 직업은 다름 아닌 형사다.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형사가 뺑소니 차량 범인이 되고 만 것. 그는 또한 부패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4일까지 100만명을 모은 형사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에서 주인공 건수는 한술 더 떠 사체를 실은 자신의 차량을 검문하려는 교통경찰들에게 ‘선배’에게 예의가 없다며 얼차려를 줄 정도로 뻔뻔한 속물이다. 그러나 그는 더 나쁜 형사 캐릭터에게 쫓긴다. 그 형사는 마약에 손대 엄청난 돈을 모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동료 경찰도 죽이는 악마다. 나쁜 형사와 악마 형사 간 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동안 한국 형사 영화에서 이처럼 강력한 범죄를 저지른 형사들은 없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원인은 건수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을 만큼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을 배치한 결과다. 누리꾼들은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친다. 정말 오랜만에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나간 채 영화를 봤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건수는 관객들의 동정심도 얻는다. 그는 행인을 친 직후 경찰에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자수를 포기한다. 건수의 난처한 상황에 관객들이 공감한 것이다.
4일 개봉한 ‘하이힐’(감독 장진)에서도 형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지욱(차승원)은 성(性) 정체성으로 고민한다. 국내 주류 영화에서 이런 형사 캐릭터는 처음이다. 지욱은 10여명의 조폭을 단박에 쓰러뜨릴 정도로 무술 실력이 뛰어나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남몰래 여성 호르몬을 맞고 여성 분장을 한 채 나돌아다니기도 한다. 지욱은 “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 신이 날 잊은 거야”라며 고뇌한다. 아이러니컬하게 그의 여성성을 눈치채는 인물은 한순간 마주했을 뿐인 변태 범죄자다. 주변인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완전한 여자가 되기 위해 수술하기로 결심한다.
차승원은 “사람은 누구나 남성과 여성의 양면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며 “지욱 내면의 여성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눈썹을 밀기도 했지만, 분장보다는 묘한 감성을 통해 여성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이 형사의 여성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거리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형사는 개인성과 사회성 양면을 부각하기 좋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양하게 확장할 여지가 많다”며 “관객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가느냐가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지난달 29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4일까지 100만명을 모은 형사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에서 주인공 건수는 한술 더 떠 사체를 실은 자신의 차량을 검문하려는 교통경찰들에게 ‘선배’에게 예의가 없다며 얼차려를 줄 정도로 뻔뻔한 속물이다. 그러나 그는 더 나쁜 형사 캐릭터에게 쫓긴다. 그 형사는 마약에 손대 엄청난 돈을 모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동료 경찰도 죽이는 악마다. 나쁜 형사와 악마 형사 간 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동안 한국 형사 영화에서 이처럼 강력한 범죄를 저지른 형사들은 없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원인은 건수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을 만큼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을 배치한 결과다. 누리꾼들은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친다. 정말 오랜만에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나간 채 영화를 봤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건수는 관객들의 동정심도 얻는다. 그는 행인을 친 직후 경찰에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자수를 포기한다. 건수의 난처한 상황에 관객들이 공감한 것이다.
4일 개봉한 ‘하이힐’(감독 장진)에서도 형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지욱(차승원)은 성(性) 정체성으로 고민한다. 국내 주류 영화에서 이런 형사 캐릭터는 처음이다. 지욱은 10여명의 조폭을 단박에 쓰러뜨릴 정도로 무술 실력이 뛰어나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남몰래 여성 호르몬을 맞고 여성 분장을 한 채 나돌아다니기도 한다. 지욱은 “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 신이 날 잊은 거야”라며 고뇌한다. 아이러니컬하게 그의 여성성을 눈치채는 인물은 한순간 마주했을 뿐인 변태 범죄자다. 주변인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완전한 여자가 되기 위해 수술하기로 결심한다.
차승원은 “사람은 누구나 남성과 여성의 양면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며 “지욱 내면의 여성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눈썹을 밀기도 했지만, 분장보다는 묘한 감성을 통해 여성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이 형사의 여성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거리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형사는 개인성과 사회성 양면을 부각하기 좋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양하게 확장할 여지가 많다”며 “관객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가느냐가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