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발행한 13조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만기가 올해 돌아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돈을 찾아가고 있어 돈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주가연계증권(ELS)과 롱쇼트펀드 즉시연금 등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지만 후순위채권 금리(연 7~9%)에는 미치지 못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이 거액 자산가

은행 "만기 후순위채 13조 잡아라"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했다.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를 발행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는 연 7~9% 수준이었다.

은행들이 2009년 경쟁적으로 발행한 영향으로 올해 만기가 되는 후순위채는 12조9300억원에 이른다. 작년 만기물량(1조4600억원)의 10배가 넘는다. 6월 이후에만 6조원이 넘는 후순위채가 만기를 맞는다.

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은행으로선 주요 고객을 잃게 된다. 당시 발행된 후순위채 중 80~90%가 개인 자산가들에게 팔렸기 때문이다. 후순위채가 더 이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후순위채를 다시 발행할 수도 없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2%대로 턱없이 낮아 이들을 잡아두기엔 역부족이다.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거액 자산가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을 놓치면 고객 기반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재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럴 만한 은행 상품이 없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내놔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정기예금에 채권이나 펀드 등 투자상품을 가미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후순위채 투자자 재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확정금리를 선호하고 장기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구체적으론 정기예금과 즉시연금, 브라질국채, 월지급식 ELS, 월지급식 펀드 등에 돈을 분산예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대로 투자하면 연 5%가량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정기예금, 롱쇼트펀드 등과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 배당주 펀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정기적 수익을 얻는 멀티인컴펀드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신용도가 낮지만 수익률이 높은 해외 하이일드채권까지 포트폴리오에 넣어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좀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시해야만 후순위채 투자자들을 붙들어 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후순위채권

발행사가 파산했을 때 주주를 제외하고 가장 늦게 돈을 돌려받는(변제) 채권을 말한다. 대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