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각장애 인권활동가 천광청(오른쪽)이 아내와 함께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톈안먼 이후 25년-천광청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시각장애 인권활동가 천광청(오른쪽)이 아내와 함께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톈안먼 이후 25년-천광청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정치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톈안먼 사태 25주년을 맞아 4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제2의 톈안먼 사태와 같은 민주화 운동이 머지않아 닥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천광청과의 대화’에 참석해 기조연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2012년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을 한 천광청은 현재 미국가톨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오늘은 내가 처음 영어로 연설하는 날”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25년 전인 1989년 6월4일 베이징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톈안먼광장에 모여 정치 개혁을 외치며 부패한 중국 공산당에 항거한 게 톈안먼 사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탱크와 기관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공산당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독재를 지속하며 사건을 끊임없이 숨기고 있다”며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광청은 또 “자국민을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정부가 다른 나라 사람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겠느냐고 묻고 싶다”며 “미국은 중국 경제 성장의 이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서 브룩스 AEI 소장이 “중국에서는 인권보다 경제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묻자 천광청은 “인권신장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인민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것만 중단해도 인권은 저절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인권운동을 탄압하는 데 연간 170억위안(약 2조7000억원)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중국인이 깨어나기 시작했으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 및 검색 차단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