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딩에 빠져, 인체에 관심…바이오 산업 투자로 연결됐죠"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제3자에게 두루 평가받을 필요가 있어요. 시장성 없는 기술에 집착하다간 기업까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김명기 인터베스트 전무(사진)가 “기술 개발은 고지식하게, 기술 투자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며 4일 이렇게 말했다. 인터베스트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공인받은 창업투자회사로 지난해 1000억원짜리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김 전무는 이 펀드의 대표매니저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기업 제넥신에 100억여원을 투자했고, 이달 중 국내 기업 2곳에 2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김 전무는 24년간 바이오 기술 연구와 투자에만 전념해 왔다. 그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 생물공학 석사, 생명과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바이오 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 시절 보디빌딩에 미치다시피 했는데 몸이 변하는 과정이 정말 경이로웠다. 생명의 신비를 직접 탐구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김 전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친 뒤 1997년부터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3년간 일했다. 2000년 7월 TG벤처(큐캐피탈 전신)에 몸담으면서 처음 투자심사역을 맡았다. 그때 투자했던 아미코젠은 13년 뒤인 지난해 바이오 특수효소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그는 벤처 버블이 터진 2000년을 전후해 등장한 ‘벤처투자 1.5세대’다. TG벤처, 한솔창투를 거쳐 2005년 인터베스트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14년간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바이오 의료기술 관련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환경·에너지 기업 등에도 가끔 투자하지만 이 역시 바이오 기술 기반 기업만 심사 대상으로 한다.

김 전무는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 옥석 구분법에 대한 명확한 지론을 갖고 있다. “정확한 개발 과정과 임상 단계를 거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뻔한 얘기 같지만 바이오기술은 투자자를 현혹하기가 쉬워 이런 기업을 찾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또 주식 가치 및 거래 등에 관해 잔머리를 쓰지 않고 정직한 대표이사가 이끄는 기업이 좋습니다. ‘카더라’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3년 전 KAIST BIP(카이스트 출신 바이오벤처 산업 투자 인력 모임) 회장도 맡았다. 최근에는 인도를 방문, 수백㎞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투자대상 바이오 기업을 물색하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그는 “투자심사역에 더 많은 이공계 인력이 융합형 전문가로 나서야 창업투자회사의 역할과 신뢰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