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비리를 저지르고 공직을 그만둔 직원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직무와 관련해 5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위법하게 부당한 처분을 내린 사실이 적발돼 정직, 해임, 파면 등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직원이 내부 징계를 받기 전 사직서를 낼 경우 해당 직원을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도록 최근 내부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그동안에는 비리 직원이 내부 징계를 받기 전 공직을 떠나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무원을 그만둬 직접 징계할 수 없는 직원은 검찰에 고발해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퇴직한 비리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은 중앙부처 가운데 공정위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내부 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경우는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위법하게 부당한 처분을 내린 직원 △위법하게 부당한 처분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직원 △의례적으로 5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직원 등이었다.

금품 및 향응 수수 규모가 이런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의 경우 검찰 고발 없이 내부 징계만 했다. 이에 따라 비리 직원이 내부 징계 전 공직을 떠날 경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청와대에 파견됐던 공정위 과장급 간부가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고도 내부 징계 전 공직을 떠나 로펌으로 옮겨 가면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한편 공정위는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과 별개로 지난해 6월부터 자체 규정을 강화해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5급 사무관 이하 직원에 대해 재취업 전 직무 관련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또 퇴직자가 전관예우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부패 행위로 간주해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