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도 야당도 일방적 승리는 아니었다. 세월호 추도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은 오히려 좋았던 점이다. 그러나 20년 지방자치 선거제도를 이런 식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층 명징해졌다. 갈수록 중앙정치판의 재연 혹은 증폭이 되거나, 지역갈등의 심화, 점증하는 포퓰리즘, 지방정부의 재정 파괴, 정체불명 인사들의 출현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제 전면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겠다.

우선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판의 대리전으로 몰고간 여야부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만큼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여야가 선거쟁점을 아예 정권문제로 치환해 경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당공천 여부도 뒤죽박죽이었다. 그런 와중에 세금도 안 내고 병역도 미필인 전과자 후보들이 버젓이 등장했다.

이런 교육감 선거를 과연 계속해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1인당 무려 40억원이나 투입된다는 교육감 선거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허울 좋은 정치 중립성도 문제라 할 것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파가 달라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럴 바엔 교육감 임명제가 차라리 나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다소 높이는 효과를 냈다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의 지역·연령·성별 투표율을 낱낱이 공개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위헌 소지가 없지 않다. 선거 주무관청의 일이라기에는 깜짝 놀랄 과잉 서비스였다. 사전투표에 대한 정보가 투표가치의 등가성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 더구나 사전투표까지 한다면 투표일을 굳이 공휴일로 삼을 이유도 없다. 정치인이나 선관위는 국민들이 늘 정치와 선거에 분주해주기를 기대하겠지만, 대의민주주의는 결코 그런 취지가 아니다. 정치는 불가피한 짧은 행사일 뿐 국민은 일상에 전념한다는 것이 대의제의 본질이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거리를 어지럽힌 현수막을 거둬내고 모두가 본업에 충실하자. 정부도 총리 인선 등 새 출발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국민 각자의 삶이 계속돼야 하듯이, 국가도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선거 와중에 가라앉고만 있는 경제살리기에 여야는 매진해주길 바란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