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하고 나들이 가요” > 현충일과 주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 4일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투표하고 나들이 가요” > 현충일과 주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 4일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왜 교육감 투표지에 번호가 없지?”

4일 부산 영주2동 1투표소를 찾은 한 할머니는 “예전에는 기호가 있었는데 올해는 없다”며 당황해 했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추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앞번호 후보가 유리한 로또선거를 막기 위해서’라는 투표관리원의 설명에 그는 “미리 안내문을 보고 왔으면 좋았을 걸”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6·4 지방선거는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세월호 유족, 딸 영정 들고 투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이날 한 표를 행사했다.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딸의 영정을 들고 투표소를 찾았다. 안산시 선부3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금만 더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고, 얼른 스무 살 돼서 투표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투표장에 가게 되었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처음 도입된 두 차례 투표방식에 낯설어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시장·구청장·교육감을 뽑는 처음 3장의 투표용지에만 투표한 뒤 밖으로 나가버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됐다. 부산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광역·기초의원과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도 뽑아 달라는 권유에 “투표하기 싫다”며 기표도 하지 않은 용지 4장을 투표함에 넣었다.

○인증샷 걸리자 투표용지 찢기도

투표용지를 찢거나 기표소 내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되는 불법사례도 발생했다. A씨(42)는 울산 중앙동의 한 투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하면 안 되는 줄 모르고 찍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청주 내수읍에서도 30대 남성이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려다 제지당하자 투표용지를 찢어 경찰조사를 받았다.

2PM멤버인 황찬성 씨는 ‘투표인증샷’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황씨는 손목에 찍은 투표도장과 함께 특정 정당을 지칭할 수도 있는 V자 손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구급차 타고 소중한 한 표 행사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문순자 씨(65·여)는 119구급차를 타고 침대에 누운 채 정릉3동 제3투표소로 가 투표했다. 두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걸을 수 없는 문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투표를 안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 침산3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달산초등학교는 전원시스템이 고장나면서 오전 5시30분에 도착한 유권자 30여명이 촛불을 켜고 투표하기도 했다.

오전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영화관, 백화점, 유원지 등지를 찾아 한가로운 휴일을 보냈다.

서울 명동거리는 쇼핑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과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로 북적였다. 교외 놀이공원도 인파가 몰려 오후 3시 기준으로 용인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에는 각각 2만4500여명, 9700여명이 찾았다. 현충일과 주말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국제선 이용객은 7만2400여명에 달했다.

부산=김태현/인천=김인완/대전=임호범/대구=김덕용/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