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여성에 도움될 사람 뽑았어요” > 몽골에서 귀화한 최서영 씨가 서울 양평1동 제2투표소에서 6·4 지방선거 투표를 한 뒤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이주여성에 도움될 사람 뽑았어요” > 몽골에서 귀화한 최서영 씨가 서울 양평1동 제2투표소에서 6·4 지방선거 투표를 한 뒤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한국에서 세 번째 투표한 거예요. 꼼꼼하게 공약을 비교하며 투표하니 이제야 완전히 한국인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언어 문제로 투표권을 갖고도 행사하지 못하는 이주여성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양평동 관악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최서영 씨(45). 몽골 출신인 최씨는 2007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법률사무소의 통역담당으로 일하면서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최씨는 “많은 이주여성들을 투표에 참여시키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적극 홍보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이주여성들의 SNS 채팅방엔 “과정이 복잡하지만 투표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 “가능한 한 많은 이주여성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날 선거에서 생애 처음으로 투표한 새내기 대학생,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선거 공보물을 읽고 후보자를 결정한 외국인(영주권 취득 후 3년 경과한 사람), 북한에서 온 새터민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주여성·새터민도 관심

대구시 용산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석은미 씨(33)도 10여년 전 베트남에서 귀화한 이주여성이다.

석씨는 “아직 이주여성들이 생활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찍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몰라 정당을 보고 뽑긴 했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평택에 거주하는 새터민 이현애 씨(46)는 2005년 한국에 온 이후 세 번째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씨에게 한국의 투표 문화는 아직 낯설다. 그는 “북한에선 투표할 때마다 한 명의 후보자에 대해 찬반 투표를 했고, 비밀보장도 되지 않았다”며 “한국에선 여러 후보가 있고 공약을 비교해 투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새터민 정광성 씨(25·서강대 4학년)도 투표소를 찾았다. 정씨는 “투표권 행사는 민주주의 사회의 특혜라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위해 후보들의 공약도 여러 번 읽었다”고 말했다.

○“첫 투표 … 공약집 꼼꼼히 읽어”

올해 첫 투표권을 행사한 새내기 대학생들은 그동안 TV로만 봤던 투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투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주 씨(19·이화여대)는 이른 아침에 투표소를 찾았다. 첫 투표인 만큼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느꼈지만 생각보다 과정이 간단해 손쉽게 투표했다고 했다. 이씨는 “집으로 온 공약집도 꼼꼼히 읽고, 평소에 희망하던 사항을 잘 반영한 후보인지를 따져 투표했다”며 “투표함에 내 의견이 담긴 표를 넣으면서 오롯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됐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정우 씨(19·한양대)도 “첫 투표여서 후보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부모님 조언에 따라 공약집을 충분히 읽은 뒤 정했다”고 했다. 투표장을 찾았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아 투표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김지윤 씨(19·고려대)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 생일이 7월이라 투표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