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세 인상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엘니뇨’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엘니뇨로 인한 시원한 여름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증세보다 더 무서운 엘니뇨’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올여름 엘니뇨에 휘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로, 태평양 적도 해역인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는 거꾸로 일본의 기온을 끌어내려 시원한 여름을 만든다. 일본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엘니뇨가 일어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올여름 엘니뇨의 영향을 받게 되면 음식료, 의류 및 신발 등 소비가 줄어 전반적인 경기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나님 아들(엘니뇨)의 장난’이 일본 경제에 섬뜩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엘니뇨가 올여름 소비세 인상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엘니뇨가 심했던 1993년 7~9월 전체 소비지수(2인 이상 가구)는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식품은 2.4%, 의류 및 신발류 소비는 1.6% 각각 감소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1993년 수준의 엘니뇨를 가정할 때 7~9월 가계소비는 1조4812억엔(2.3%) 줄어들어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0.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소비뿐 아니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주요 수출 시장인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의 농업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들 지역 경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